‘정자 수명 계산법’ 개발…40세 흡연男 정자 나이 비교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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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정자가 얼마나 노쇠했는지를 평가하는 ‘정자 수명 계산법’이 개발됐다. [중앙포토]

남성의 정자가 얼마나 노쇠했는지를 평가하는 ‘정자 수명 계산법’이 개발됐다. [중앙포토]

남성의 정자 나이가 자손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속속 나오고 있다. 여성의 임신 나이가 자녀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정설과 비슷한 맥락이다.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유타대학교 티머시 젱킨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DNA의 분석에서 나온 데이터를 이용해 정자의 노후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만들었다고 최근 밝혔다. 이른바 남성의 정자가 얼마나 노쇠했는지를 평가하는 ‘정자 수명 계산법’이다.

연구는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이 유전자 변이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비율이 여성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이 유전성 변이는 일부 유전성 질환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물론 남성의 나이와 신체 노화만 정자의 건강에 영양을 미치는 것이 아니었다. 이를테면 흡연자의 정자는 훨씬 더 노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예컨대 담배를 피우는 40세 남성 정자는 비흡연 44세 남성의 정자 나이와 같게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유타대 연구팀은 남성 350명의 정자의 유전체를 분석해 남성의 노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147개 지점의 변화를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이 147개 지점의 남성 정자 DNA 상태를 평가하는 분석 방법을 만들었으며, 이 계산법으로 역추적한 남성의 나이를 95%의 정확도로 맞췄다고 밝혔다. 또 해당 남성 정자의 조기 노화 여부나 임신 성공 능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정자의 DNA 정보 중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다면 후손에게 유전되는 양이 어머니의 것보다 4배가량 더 많고, 대부문 무해하지만 극히 일부는 어린이의 유전성 희귀질환이나 난자ㆍ정자의 건강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 마이클 캐럴 교수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럴 가능성 있다”면서 “흡연의 문제점은 늘 어머니 쪽에 강조됐지만, 남성의 흡연이 후손의 건강을 바꿀 수 있다는 증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캐럴 교수는 “이는 후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자의 운동능력이나 모양뿐만 아니라 분자 차원에서의 변화가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뿐만아니라 남성도 자녀를 가질 생각이 있다면 금연, 절주, 운동을 비롯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들이고 유해 환경을 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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