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풍계리 진달래' 무대 올리는 북한 전문가 김영수 서강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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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가인 김영수(사진ㆍ60)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연극단장을 맡아 첫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20일부터 대학로 서완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풍계리 진달래’(이지환 연출)다. 풍계리는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함북 길주군에 있는 지명이다. 김 교수는 “연극단이 지난 여름 풍계리를 소재로 삼았는데 지난달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서 명성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귀신병 흉흉한 북한 핵실험장 인근 풍계리와 탈북자 문제 그려 #실제 탈북자 3명과 국내 성우 5명 참여 #논문 한편보다 열배, 백배 울림. 남북문제 문화적 접근 필요

탈북자와 국내 성우들로 구성된 새조위 통일연극단이 20일 대학로 서완 소극장에서 연극 '풍계리 진달래' 공연을 한다. 연극단원들이 총연습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북한 전문가인 김영수(왼쪽 셋째) 서강대 교수가 단장을 맡았다.[사진=김영수 교수]

탈북자와 국내 성우들로 구성된 새조위 통일연극단이 20일 대학로 서완 소극장에서 연극 '풍계리 진달래' 공연을 한다. 연극단원들이 총연습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북한 전문가인 김영수(왼쪽 셋째) 서강대 교수가 단장을 맡았다.[사진=김영수 교수]

연극은 핵실험 이후 귀신 병으로 흉흉한 풍계리의 분위기와 탈북민들의 삶을 그렸다. 귀신병을 앓고 있는 아들(혁찬)을 살리기 위해 돈을 벌러 중국으로 건너간 엄마(수희)가 인신매매를 당하다 마약 운반책이 돼 한국에 온다. 그러나 아들이 죽고, 아내가 한국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편(강진)은 아내를 찾아 탈북해 한국에 왔지만 수희는 이미 체포돼 수감생활을 한다는 내용이 줄거리다.
 8명의 배우 중 강화옥, 김봄희(이상 여), 오진하씨는 탈북자다. 김 씨와 오 씨는 동국대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긴 했지만 나머지는 연극 전공을 하지 않았다. 전문 연극단이라기보다 ‘남과 북’, ‘전공자와 비전공자’들이 함께 했다. 그러다 보니 7~9월은 매주 네 차례씩 퇴근 후 3~4시간 손발을 맞췄고, 이달 초 연휴도 반납한 채 공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내용으로 보나 출연자의 구성으로 보나 굳이 김 교수의 ‘외도’라기 보다 본업의 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도 20일과 22일 각 1회, 21일 2회 등 모두 4회 뿐이다. 극단 명칭은 이들을 돕고 있는 NGO의 이름을 빌려 ‘새조위 통일연극단’으로 정했다. 새조위(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는 1988년 설립해 탈북자들의 국내 정착을 돕는 통일운동 단체다.
김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새조위와 연을 맺고 단체 산하의 탈북자의료지원 센터 소장으로 활동을 하다 지난해 연극 후 뒤풀이 자리에서 연극단장을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가 단장으로 참여하는 건 처음이지만 새조위 연극단의 공연은 2014년 ‘떠나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지난해 ‘자강도의 추억’에 이어 세번째다.
 김 교수는 “북한 문제를 그린 연극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생활하는 탈북민들의 복잡한 심경을 알게 됐다"며 "강의나 책보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데 문화적으로 접근을 해보자는 판단을 했고, 한 편의 논문보다 열배, 백배의 울림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다 많은 국민들이 남북관계와 탈북민 문제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오랜 기간, 또는 지방 공연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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