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푸틴 권력집중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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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콘돌리자 라이스(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19일부터 이틀 동안 러시아를 방문했다. 지난 1월 국무장관에 오른 이후 첫 방문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과 회담을 하고 국제 문제와 양국 간 현안을 의논했다.

◆ "러시아는 전략적 파트너"=라이스 장관의 방러는 우선 다음달로 예정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다음달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다. 라이스는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러시아 투자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는 등 미.러 간 에너지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라이스는 또 러시아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미국의 우려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서구식 민주주의 원칙에서 후퇴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다. 19일 밤(현지시간)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 라이스는 "의회와 사법 기관 등이 약화되고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은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걱정스러운 신호"라고 말했다. 러 정부의 민간 석유기업 유코스 탄압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라이스는 20일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라고 부르면서 협력 증진을 촉구하는 등 하루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독자적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국제 현안=북한과 이란의 핵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이 핵 처리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미국이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넘기려는 의사를 표명하는 등 한반도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관련한 자세한 미.러 합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라이스는 또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검토 중인 대(對)이란 군사공격에 대해 러시아의 이해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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