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사원 경력직 합격 변호사 23명 중 13명이 경력 전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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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에 채용된 변호사의 절반 이상이 변호사로서 경력이 전무했다. 모집 요건에 별도의 경력을 요구하지 않아서다. 일부는 감사원 고위직 출신의 자녀였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최근 5년 간 감사원 경력직 분석 결과 #경력 전무하거나 법무법인 1~2개월, 2년 쉬다 합격도 #반면 회계사는 4년 이상 경력 요구, 경력직 취지 안 맞아 #로스쿨 졸업한 감사원 사무총장, 국장 아들도 합격 #"흙수저 청년 피눈물, 정부 개방형 경력자 채용 엄격 관리해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진태 의원(자유한국당)은 18일 감사원으로부터 최근 5년간 경력자 경쟁 채용 시험을 통해 채용한 23명의 변호사들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 중 13명은 경력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도 ‘법무법인 3개월’, ‘민간경력 2월’, ‘민간기업 7개월’ 등으로 경력이 짧았다. 사시 출신으로 관련 분야 경력이 가장 많은 변호사가 ‘법무법인 1년’ 정도였다.
이에 비해 회계사 합격자들은 최소 4년에서 최대 6년의 회계법인 등에서 근무했다. 모집 요건에. 4년 이상 경력을 필수 요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2015년 감사원 채용 공고문. 회계사는 4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김진태 의원실]

2015년 감사원 채용 공고문. 회계사는 4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김진태 의원실]

김 의원은 “로스쿨 졸업자와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이 난무하면서 변호사 자격증이 있어도 취업이 쉽지 않은데 누구나 선망하는 감사원에 채용된 사람들의 경력이 겨우 법무법인 1~3개월이나 민간기업 7개월밖에 없고, 아예 경력이 전무한 경우가 다수라는 것은 의문”며 “경력이 전무했던 합격자 중에는 변호사 자격증 취득 이후 2~3년 간 어디에도 취업 못하다가 감사원에 합격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감사원 국장을 지낸 A씨의 아들이 2012년에,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인 B씨의 아들이 2013년 채용됐다. 이들은 각각 민간 기업 근무 경력 8개월과 7개월이었다.

감사원 서류전형 심사표. 직무경력을 중요한 요건으로 심사하고 있다. [김진태 의원실]

감사원 서류전형 심사표. 직무경력을 중요한 요건으로 심사하고 있다. [김진태 의원실]

김 의원은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를 감사하는 감사원이 이 같은 채용을 하는 건 문제”라며 “채용 특혜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고시촌에서 컵밥을 먹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견디는 소위 흙수저 청년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흙수저 로스쿨 졸업자들이 피눈물을 흘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관계자는 “전형 서류인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에 가족의 직업·직위와 같은 신상 자료를 기재하지 않고, 서류·면접 과정에서도 매 단계마다 외부 전문가 과반수 이상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채용 비리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경력직도 5급에서 6급으로 낮춰 뽑기 때문에 전형 과정에 들어서면 경력뿐 아니라 자질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합격자를 결정한다”고 해명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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