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문제 일자리로 풀자 … 본격 실험 나선 유한킴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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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0년 전 대기업에서 퇴직한 신처순(64)씨는 5년 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4년간 봉사활동을 하다 지난해 유한킴벌리의 ‘시니어 케어 매니저’로 선발됐다. 이후 전국 요양시설을 돌며 치매 환자를 돌보고 있다. ‘20년 이후 내 모습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함께 산책하거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정서적 안정을 돕는다. 신씨는 “나도 나이가 있으니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인생에서 가장 풍요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시니어 비즈니스 육성 사업 시동 #기금 40억 조성, 소기업 등에 투입

유한킴벌리가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시니어 비즈니스를 육성하는 공유가치창출(CSV) 경영 모델에 시동을 걸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자’는 목표로 시작된 실험적 모델이다.

고령화 현상이 깊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도 크다. 복지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경제 활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저출산이 심각한 한국에선 2060년엔 생산가능인구 10명이 노인 8명과 유아 2명을 부양해야 한다.

유한킴벌리는 불안감에 맞서 고령화를 문제가 아닌 기회로 인식하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시니어가 활동적인 액티브 시니어로 바뀌면, 고령화 문제가 해결되는 동시에 생산가능 인구도 는다. 노인을 문제가 아닌 경제 주체로 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2년부터 시니어 기금 40억원을 시니어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소기업과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캠페인에 투입하고 있다. 신씨와 같은 시니어케어 매니저 육성 사업도 이 중 하나다.

시니어 케어 매니저 사업은 노인 요양시설이나 데이케어센터에 55세 이상의 은퇴한 간호사·물리치료사·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 등을 파견한다. 지난해엔 33명의 시니어 케어 매니저가 76개 노인시설에서 활동했다. 올해는 30명을 추가 선발해 60여 명을 150곳에 파견할 예정이다.

유한킴벌리 측은 일자리를 찾은 시니어와 도움을 받은 시니어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한다. 기관·수혜자의 90%가 프로그램 전반에 대해 만족을 표했다. 시니어 케어 매니저 역시 93%가 자기계발 등의 측면에서 만족감을 표했다. 유한킴벌리는 이밖에 시니어 소기업 육성이나 노인용품의 공익유통 모델도 만들고 있다. ‘함께 일하는 재단’, ‘50 플러스 코리안’과 같은 사회적 기업 32곳과도 협업해 2012년부터 시니어 일자리 약 300개를 만들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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