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게 체내에 미세 플라스틱 검출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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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과 게 같은 해양 생물의 체내에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굴과 게 같은 해양 생물의 체내에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굴·게·지렁이 등 해양 생물의 체내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어류는 활동성이 감소해 이동 속도가 느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의원(더불어민주당)은 12일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 위해성 연구' 보고서를 분석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이 경남 진해와 거제의 해역과 양식장에서 어류를 잡아 분석했다. [중앙포토]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이 경남 진해와 거제의 해역과 양식장에서 어류를 잡아 분석했다. [중앙포토]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은 지난해 경남 진해·거제의 양식장과 인근 해역에서 굴·담치·게·지렁이 4종을 잡아 내장과 배설물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139개체 중 97%(135개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한 개체에서 61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나오기도 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쌓여 장이 팽창한 개체도 있었다.

지난해 경남 진해·거제 해역·양식장 생물 분석 #굴·게·담치 표본의 97%에서 검출 #한 개체서 61개 입자 나오기도 #김현권 의원, '해양미세플라스틱 위해성 연구' 입수 #미세플라스틱 인체 유해성, 섭취 기준 아직 없어 #연구 예산 올해 16억원에서 10억원으로 축소 #"해양으로 투기되는 플라스틱 강력 조치 필요"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개체는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이동 거리가 짧았고 속도가 떨어졌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어류 체내에 축적되면서 활동성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봤다.

미세플라스틱이 동물 플랑크톤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성 플랑크톤을 미세 플라스틱이 담긴 수조에 넣고 40일 동안 관찰했더니 생존율이 떨어지고 성장이 늦었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굴·담치·게·지렁이의 먹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가 잘게 부서진 것이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종전 조사(2012~2014)에 따르면 우리나라 진해·거제 해역의 미세플라스틱 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해역을 포함, 전국 18개 해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그 양이 다른 나라의 검출량보다 많았다.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과 환경 오염이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해양수산부 양식산업과 류성봉 사무관은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어류를 어느 정도 섭취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국제적인 안전 기준이 없다"며 "2015년부터 친환경 부표를 보급해 오염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먹으면 좋지 않을 듯하지만 세부 기준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미세플라스틱은 어류의 소화기관에 쌓이므로 가능하면 생선을 먹을 때 내장을 제거하고 먹으면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어류에는 미세플라스틱뿐 아니라 중금속이 들어있기 때문에 임신·수유 여성과 1~2세 유는 주의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임신·수유 여성의 경우 꽁치·고등어 같은 일반적인 어류는 일주일에 400g 이하, 먹이 사슬 윗단계에 속하는 참치 등 심해성 어류는 100g 이하로 먹는 것이 안전하다. 유아는 일주일에 어류를 100g 이하로 먹되 심해어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2020년까지 미세플라스틱의 해양 오염과 위해성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예산이 16억원에서 10억원으로 깎였다. 이 바람에 연구에 차질을 빚고 있다.

김현권 의원은 “해양 연안 전반에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어 오염현황의 파악과 대책이 시급하다”며 “해양으로 투기되는 플라스틱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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