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내달 5자회동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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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4일의 5자회동(대통령, 국회의장, 여야 대표)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대표의 첫 공식 대좌가 이뤄진다.

지난 6월 崔대표 취임 이후 줄곧 삐걱대며 정국불안의 요인이 됐던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관계가 상생의 길을 찾아낼지 관심이다.

盧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이 행정부의 대표로서 의회와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미국식 대통령제'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5자회동은 이런 국정운영의 첫 실험대가 될 것 같다.

청와대는 이 자리를 통해 정기국회에서 각종 개혁입법과 경제회생 정책에 대한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할 예정이다. 윤태영(尹太瀛)청와대 대변인은 굳이 '대통령과 의회지도자의 회동'이라는 표현을 고집했다.

盧대통령은 26일 저녁 문희상(文喜相)대통령 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 등을 불러 5자회동 추진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당초 崔대표가 제안한 4자회동에 대해 "대통령의 신당 개입 주장과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등의 비판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며 거부해 왔다.

柳수석은 "마냥 야당대표를 안 만나려 하는 듯한 모양새에 부담이 있었다"며 "그래도 정국을 푸는 것은 대통령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배경을 전했다.

이와 관련, 尹대변인은 "崔대표의 4자회동을 수락한 게 아니라 盧대통령이 새로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청와대는 崔대표의 강성 발언에 대해 '당내 사정 때문이라는 것이 崔대표의 간접 경로를 통한 설명'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과 崔대표가 회동에 응한 것은 이미 '4자회동'을 제의한 상태인 데다 의제를 베이징 6자회담과 경제회생으로 정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때문인 것 같다.

또 청와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崔대표가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로 자리매김될 수 있는 기회라고 본 듯하다.

다만 한나라당은 "김두관(金斗官)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는 5자회동과 무관하다"고 못박아 선명성의 상처를 경계했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여(對與) 강공에 나설 방침임을 예고한 상태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회동 참석을 통해 신.구주류 간의 내홍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집권당으로서의 위상을 강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참석자들의 속셈이 제각각이어서 회동이 '만남'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盧대통령-JP는 밀월?=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는 당사를 찾은 유인태 수석에게 한나라당 崔대표를 비난했다.

崔대표는 4자회동 제의 때 JP를 뺐다. 金총재는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하는 등 대통령을 인격적으로 욕하는 것은 결국 국민을 욕하는 것이며, 하늘에 침뱉는 격"이라고 했다.

"좋건 싫건 이 나라의 대통령인데, 움직일 수 없는 권위를 훼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했다. 柳수석은 "대통령께선 엄연히 자민련이라는 정당이 존재하므로 소수의견 존중 차원에서 5자회동을 결정했다"고 화답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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