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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이웃도 몰랐던 '어금니 아빠'의 두 얼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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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10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중학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10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의 범죄행각이 드러난 가운데 그와 딸(14)을 알고 지낸 사람들은 범행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어금니 아빠일줄 상상도 못했다" #방송 출연하며 '딸 수술비' 모금활동 #트위터 등에서는 미성년자 모집 #포털사이트서 청소년 고민상담 자처

10일 찾은 서울 강동구 암사동 소재 주민들은 약 10년 전 이곳에서 치킨집을 했던 이영학의 가족을 '딸 바보 가족'으로 기억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그에게 가게를 임대한 건물주 김모(74)씨는 "인상이 참 착해 보였는데 그럴 줄 상상도 못 했다. 딸이 아프다고 자전거에 플래카드를 걸고 전국으로 모금활동을 떠난 게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웃들에게 '착한 청년'이던 이영학이 이곳에서 치킨집 장사를 한 건 4년 정도다. 김씨는 그의 가게가 방송에 소개되며 장사가 제법 잘됐다고 기억했다. 이영학이 딸의 치료비를 위한 모금활동에 나서면서 그의 친형이 주로 가게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는 "딸과 어린 아내도 하나 있었는데 가게에 자주 나타나지는 않았다"면서 "그 돈을 다 어디 쓴 건지 모르겠지만 2009년 치킨집도 문을 닫았다"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본 것처럼 살인 혐의를 받는 그는 오래 전부터 이중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영학이 처음으로 사회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2005년 한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다. 당시 그는 "극심한 생활고로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하자 세 가족이 동반자살까지 결심했었다"고 말했다. 이영학이 치킨집을 연 것도 같은 해 한 방송사와 농협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이영학은 언론 보도 이후 '어금니 아빠'로 사회에 알려지며 후원금 모금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5년부터 올해 2월 지상파 방송 출연까지 그는 10여 차례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쳤다.

이영학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딸 수술비 후원을 요청했다. 2012년부터 10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자신의 트위터에 “딸의 수술비가 너무나 없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딸 수술비가 모금될 수 있도록 우리 사연을 많은 곳에 알려주세요”라며 딸 명의의 은행계좌 번호가 적힌 글을 수 차례 올렸다.

이영학의 다른 트위터 계정 게시글

이영학의 다른 트위터 계정 게시글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눈물로 호소하던 것과 달리 다른 트위터 계정에서 이영학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1월부터 그는 '양아오빠'라는 개인 트위터 계정에 각종 수입차 사진과 욕설 등을 올렸다. 자동차 사진과 함께 "두근두근 이거 처음이라 두근두근 하거든 X발아"라고 쓰고, "애자는 그리 살라"며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올리기도 했다. 다른 게시글에서는 "함께할 동생 구함. 나이 14부터 20 아래까지 개인 룸 샤워실 제공"이라면서 미성년자를 유인하려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 이영학은 딸 이름을 딴 아이디로 포털사이트에서 청소년들의 고민글에 집중적으로 답글을 달기도 했다. 자신이 해결을 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하거나 상담을 해준다고 자처하는 식이었다. 그는 2011년 올라온 '10대 임신 도와주세요'라는 글에는 "이 문제는 남자친구에게 말해야 겠군요. 고민하지 마시고 쪽지주세요" 등의 상담글과 휴대폰 번호를 남겨 접근하기도 했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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