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귀성길과 귀경길을 방해하는 건강 복병이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고속열차나 버스, 자동차 등을 탔을 때 속이 울렁거리는 '멀미'다. 몸이 흔들리면서 어지럼·메스꺼움·구토·두통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영유아와 노인은 멀미 잘 하지 않는 편 #귀성·귀경길 적절한 약 쓰면 멀미 예방 #알약, 마시는 약은 승차 30분 전에 복용 #감기나 배뇨장애 앓으면 멀미약 피해야 #껌은 멀미 날 때 10~15분 씹는 게 좋아 #배 타면 '가운데 자리' 멀미 덜 하는 편
멀미는 왜 생길까. '감각의 불일치'가 주된 원인이다. 눈으로 보이는 주위 환경의 움직임과 몸속 감각기관이 느끼는 움직임이 서로 달라서다. 평소 걷거나 뛸 때는 눈·귀 같은 감각기관이 근육의 움직임을 기억하기 때문에 미리 움직임을 예측해서 빠르게 반응한다. 하지만 차량이나 기차를 탄 상태에선 다르다. 내 몸이 기존의 기억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감각기관이 혼란스러워한다.
멀미 증세는 연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3세 미만 영유아는 멀미와 거리가 멀다. 평형감각에 관여하는 신경이 덜 발달한 시기여서다. 또한 50세 이후에도 멀미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감각기관이 무뎌지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년층 가운데 차를 타지 않았는데도 일상생활에서 멀미와 비슷한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질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고혈압·당뇨병 등 위험 요인이 있는 환자는 중풍의 초기 증상으로 어지럼을 동반할 수 있다.
멀미가 쉽게 나타난다고 해서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적절한 의약품을 사용하면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멀미약은 종류·연령·신체 상태에 따라 유의사항이 각각 다르다. 귀성·귀경길 멀미 예방법과 멀미약 복용 시 유의점을 알아봤다.
1. 운전자, 3세 미만은 멀미약 금물
운전자와 3세 미만 영유아는 멀미약을 먹지 않는 게 좋다. 멀미약을 먹으면 졸음이 오고 방향 감각을 잃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멀미약은 알약, 마시는 약, 씹어 먹는 츄어블정 등이 있다. 알약·마시는 약은 승차하기 30분~1시간 전에 미리 복용한다. 추가 복용은 최소 4시간 이상 간격을 둔다.
2. 감기·배뇨장애 환자는 먹지 말아야
감기약·해열진통제·진정제 등을 복용하고 있으면 멀미약을 쓰지 않는다. 60세 이상 고령자나 대사질환자, 간질 환자도 중추신경계가 흥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녹내장을 앓거나 배뇨장애·전립선비대증이 있는 사람도 멀미약을 피해야 한다. 안압이 높아지거나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배뇨장애 증세가 악화할 수 있어서다.
3. 패치제는 한쪽 귀 뒤에 한 장만 붙여
붙이는 멀미약(패치제)은 양쪽 귀에 붙일 경우 용량 과다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한쪽 귀 뒤에 한 장만 붙이는 게 좋다. 이동이 끝나면 바로 떼어낸다. 패치제를 붙이거나 떼어낸 뒤엔 손을 깨끗이 씻는다. 약물 성분이 눈에 들어가면 일시적으로 시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만 7세 이하의 어린이는 패치제를 마음대로 쓰면 안된다. 정신착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2013년부터 소아용(7세 이하)은 전문의약품으로 변경됐다. 전문의약품은 의사 처방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4. 기차는 진행 방향, 배는 창가 좌석 앉아야
귀경·귀성길에 KTX·SRT 등 고속열차를 택하는 사람도 많다. 기차를 탄 뒤 멀미를 예방하려면 흔들림을 예측할 수 있는 자리에 앉는 게 좋다. 차의 진행 방향과 반대로 앉는 것보다 앞을 향해 앉는 식이다. 배는 바깥쪽보다 가운데 자리가 좋다. 또한 복도나 폐쇄된 공간보다 시야가 보장되는 창문 주변에 앉는 게 낫다.
5. 껌은 멀미 날때 씹고, 먼산 보면 좋아
껌은 승차 전에 미리 사용하기보다 멀미 증상이 있을 때 꺼내서 씹는 게 좋다. 오래 씹으면 턱이 아프기 때문에 10~15분 가량 씹고 뱉는다. 벨트·단추처럼 신체를 압박하는 건 느슨하게 풀어준다. 혈액 순환과 원활한 호흡을 도와주면서 어지럼증을 미리 막을 수 있어서다. 또한 차를 타기 전에는 과식과 술을 삼간다. 차 안에서 책을 읽는 것처럼 시선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행동도 피한다. 눈을 감는 등 시각 정보를 차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잠을 청하거나 창 밖으로 멀리 있는 경치를 보는 게 멀미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