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정감사 앞두고 피감기관 직원들은 ‘추석앓이’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회 국정감사 대상인 피감기관 직원들이 ‘불안한’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다. 역대 가장 긴 10일의 연휴이지만, 의원실의 자료 요청과 감사에서 쏟아질 질의에 대비할 자료 준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는 연휴 직후인 12일부터 열린다.

추석 황금연휴, 피감기관은 ‘대기 중’ #“국회 전화번호 뜨면 일단 걱정부터” #각 정당, “‘갑질 국감’ 근절하겠다” 약속도

각 상임위가 공개한 2017년도 국정감사 계획에 따르면 국회운영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정보위원회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임위가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 국정감사에 들어간다.

지난해 9월 26일 밤 정부세종청사의 모습. 늦은 시간까지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이날은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의 첫날이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해 9월 26일 밤 정부세종청사의 모습. 늦은 시간까지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이날은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의 첫날이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첫날인 12일부터 감사 일정이 잡혀있는 피감기관 직원들은 “지금도 바쁘지만, 추석 때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매일 새벽 3시까지 야근을 했다. 오늘도 끊임없이 자료 요청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연휴 기간에도 요청이 들어오면 나와서 확인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피감기관 관계자는 “법정 기한을 맞추려면 야근이 불가피다. 연휴에 조금이라도 쉬려면 지금 최대한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평일이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지금처럼 조급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30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30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 피감기관 공무원들이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회의원실 직원들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야당 소속 의원실 직원 A씨는 “연휴는 9일까지지만 7일부터 출근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나머지 기간에 일하는 건 각자의 재량이지만, 의원실 직원 8명 중 5명 이상은 사실상 연휴를 반납했다”고 말했다.

마치 ‘갑질’을 하는듯한 국회의원실의 과도한 자료 요구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피감기관의 국회 담당 직원은 “과거에 요청해서 제출했던 자료를 또다시 요구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지 말고 인쇄한 뒤 제본해서 제출하라는 요구도 있다”고 말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전화기에 국회 번호로 보이는 번호가 뜰 때마다 이번엔 어떤 자료 요구인지 걱정부터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달 6일 오전 국회에서 상임위원장단을 초청 간담회를 열고 국정감사와 법안처리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조문규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달 6일 오전 국회에서 상임위원장단을 초청 간담회를 열고 국정감사와 법안처리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조문규 기자

국회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달 6일 국회 상임위원장 간담회에서 “올해는 증인을 과도하게 채택하는 등의 갑질을 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위한 소위원회를 두고 채택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공무원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묻지마 자료 요구’는 지양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이날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열고 “기업인 군기잡기, 민간인 소환 남발, 피감기관에 대한 갑질을 근절하겠다. 반말이나 비속어가 아닌 날카롭고 격조 있는 언어로 국정을 판단하겠다”고 다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김세연 정책위의장 등이 26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앞서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김세연 정책위의장 등이 26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앞서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피감기관이 불성실한 태도로 국민의 궁금증을 피해가는 꼼수도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27일 피감기관이 자료 제출을 거부할 때 주무장관이 소명과 보고를 하게 하고, 위증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