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트럼프, 이달 초 FTA 폐기 편지 작성 … 블러핑 아닌 실질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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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현종. [뉴시스]

김현종. [뉴시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 위협은 블러핑(엄포)이 아닌 실질적 위협이며 앞으로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굳혔다”고 말했다.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 #“한국도 미국에 요구할 분야 있다 #통상협상, 안보와 무관할 수 없지만 #장사치 논리 갖고 국익 앞세울 것”

김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열흘 동안 워싱턴에 머물며 백악관 관계자, 22명의 상·하원 의원 및 관련 업계 대표들을 두루 직접 만나 본 결과 그들은 미 정부가 향후 협상 과정에서 언제든 폐기 위협을 할 것이라는 똑같은 의견을 우리에게 전했다”며 “이를 감안해 폐기 위협을 효과적으로 봉쇄할 방안을 모색하면서 개정 협상에도 면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FTA 2차 공동위원회는 다음달 4일 워싱턴에서 개최된다.

김 본부장은 “이번에 백악관 고위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FTA 폐기 보도가 나온 이달 초 실제 폐기 결정을 밝히는 ‘편지’(공식 발표문)까지 작성이 돼 있었다고 한다”며 “(보도가 나온 직후인) 노동절 연휴 기간 모 상원의원은 자기 지역구에 차를 세우고 트럼프 측에 ‘우리는 이걸 폐기하는 데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많은 의원과 이해 단체들이 (폐기에) 반대한다는 액션을 취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폐기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과연 (정치권과 이해 단체들이) 한·미 FTA에 대해 얼마나 지지를 해줄까, 노동절 연휴 기간인데 그들(지지 단체)이 움직이는 게 가능할까, 과연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폐기에 나설 수 있을까 등 협상가 입장에선 벼랑 끝까지 한번 가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사실 폐기란 말은 거북하며 폐기 안 되는 쪽으로 가기 위해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일각에서 북핵 위협 등 안보 문제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통상협상은 외교안보와 완전히 무관할 순 없겠지만 독립적·독자적으로 장사치 논리를 갖고 국익·국격·국력 증진 차원에서 할 것”이라며 ‘숫자’에 입각한 협상을 고수할 것임을 강조했다.

향후 개정 협상 전망에 대해선 “아마 미국 측이 강력히 요구하고 나설 분야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될 듯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본부장은 “미국 측 인사들에게는 (한·미 FTA를 폐기하게 되면) 누가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될 것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다”며 “또한 시기적으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한 뒤 한·미 FTA까지 탈퇴할 경우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전략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이게 과연 미국에 건전한 메시지가 될 것인가 신중하게 생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협상에서) 미국 측만 요구할 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도 요구할 게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것은 전략상 지금 말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28일에는 백악관의 실력자 재러드 쿠슈너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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