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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우 송선미 남편 살해범 “흉기 준비” … 계획범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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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배우 송선미씨의 남편 고모(45·영화 미술감독)씨를 살해한 조모(28)씨가 범행 전에 ‘최후의 수단 사용’ ‘XXXX(생선을 자르는 도구) 준비’ 등을 언급했음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그의 주장과 달리 계획범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외조부 600억대 재산 상속 놓고 #숨진 고씨, 사촌 곽씨와 소송 #곽씨와 5월부터 함께 살던 범인 #살해방식 상의한 정황 계속 나와 #검찰 “청부살인 여부 수사할 것”

검찰은 또 조씨가 지인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 것으로 추정되는 “어떤 흉기를 써야 하느냐” “XXXX을 준비해야겠다” 등의 발언이 담긴 녹음 파일도 찾아냈다. 녹음 시기는 범행 수시간 전으로 확인됐다.

송선미씨 남편 살인사건 등장 인물

송선미씨 남편 살인사건 등장 인물

조씨는 지난 8월 21일 오전에 흉기 2개를 시장에서 사 신문지로 싼 뒤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로 가 고씨를 살해했다. 검찰 관계자는 28일 “특이한 여러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우발적 살인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수백억원대 재산상속 분쟁이 발단이 됐다. 고씨는 600억원대 자산가인 재일동포 외할아버지 곽모(99)씨의 재산상속 문제를 놓고 이종사촌인 곽모(38)씨와 갈등이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사촌 곽씨는 인척 관계인 법무사 김모(구속)씨를 끌어들여 외할아버지 곽씨가 국내 부동산을 자신들에게 증여하기로 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다. 할아버지의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눈치챈 고씨는 “사촌 곽씨가 서류를 위조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촌 간 재산 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곽씨와 함께 살며 그의 일을 봐주던 조씨가 고씨에게 접근했다. 검찰 조사 내용에 따르면 조씨는 “곽씨에게 버림받았다. (고씨의) 외할아버지 재산 정보를 알려주고 소송을 도와주겠다”고 고씨에게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씨는 자신의 변호사와 함께 조씨를 두 번째 만난 자리에서 살해당했다”고 했다.

검찰은 사건의 배후로 고씨 사촌 곽씨를 의심하고 있다. 조씨가 살해 방식 등을 곽씨와 상의한 정황이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곽씨는 부친(71·구속)과 함께 조부 소유의 부동산을 가로챈 혐의(사문서위조 행사 등)로 지난 25일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청부 살인 여부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 조씨의 진술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조씨는 청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피해자 측 조사 차원에서 배우 송선미씨도 곧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살해 동기 밝혀질까=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조씨의 살해 동기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본인이 상속 당사자가 아님에도 대낮(오전 11시40분)에 여럿이 함께 있던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전과도 없었다.

조씨는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알게 된 곽씨와 가깝게 지내왔고 지난 5월부터는 함께 살면서 운전을 해주는 등의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러다 재산을 못 받게 된 고씨에게 먼저 연락해 소송과 관련된 정보를 넘겨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기로 했다는 게 앞선 경찰 수사의 요지다. 조씨는 경찰 조사 당시 “자료를 고씨에게 넘겼지만 약속한 돈을 주지 않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씨 측은 “고인이 조씨를 만난 지 나흘 만에 살해됐다. 조씨가 어떤 정보나 자료를 갖고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아 거액을 주기로 약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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