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건장한 30세 순경이 돌연 사망했다. 포항에서만 2주 새 경찰관 3명이 근무 도중에 숨졌다. 과도한 업무량 때문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포항 북부서 죽도파출소 숙직실에서 30세 순경 사망 #오후 출근해 이날만 4번 출동…순찰차 뒷자석서 몸싸움도 #지난 11, 20일에도 경찰 2명 숨져, 경찰 과도한 업무 도마 위에 올라 #경찰 "근무 시간보다는 야간 근무 힘들어…민원인 상대 힘든 시간"
26일 오전 3시14분 북부경찰서 죽도파출소 숙직실에서 순경 최모(30)씨가 사망했다. 최 순경은 25일 오후 6시30분부터 야간 근무를 시작, 이날 오전 1~3시 2층 숙직실 대기근무 중이었다. 2시50분쯤 동료경찰관이 흔들어 깨웠으나 의식이 없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파악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최 순경은 25일 출근한 뒤 숙직실 대기 근무 전까지 4번을 출동했다. 오후 10시15분쯤에는 술에 취한 사람이 대리운전자를 폭행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용의자를 제압했다. 경찰은 순찰차 뒷좌석에서 용의자와 최 순경이 함께 타고 오는 과정에서 용의자가 갑자기 저항하는 등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함께 출동했던 경찰 동료는 "술에 취한 사람이 힘이 세다. 제지하는 과정에서 최 순경이 순간적으로 힘을 많이 썼을 것이다. 이제 경찰이 된 지 20개월밖에 되지 않은 친구다. 평소에 너무 건강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앞서 20일 오전 8시 40분쯤에는 포항 남부경찰서 장기파출소에서 근무하던 고현보(55) 경감이 심장 이상증세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사인은 심근경색과 심부전증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고 경감은 숨지기 직전 새벽에만 3건의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고 경감은 오전 4시 50분쯤 마지막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용의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저항에 시달렸다. 술에 취해 부인을 폭행하는 것을 목격한 고 경감은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길질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경찰은 "고 경감이 용의자를 북부서로 인계한 후 다시 장기파출소로 돌아와 근무를 이어갔는데 가슴 쪽이 답답하고 아프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파출소로 돌아온 고 경감은 2시간 동안 계속해서 가슴통증을 호소하다 숨졌다.
또 지난 11일에는 같은 경찰서 소속 외사계장 이상록(57) 경감이 사격연습을 하다가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흘 뒤 사망했다. 경찰은 이들 2명을 순직 처리하고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이렇듯 2주 새 포항에서만 경찰관 3명이 숨지면서 경찰의 업무가 과도한 것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7년 9월 현재까지 사망한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중 과로사가 인정돼 순직 처리된 경우는 모두 9건에 이른다.
지구대나 파출소에 소속된 경찰의 경우 지역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부분 당직 시 24시간을 풀로 근무한다. 이후 하루 쉰 뒤 다음날 오후 2시에 출근해 오전 9시까지 야간 근무를 한다. 시내권 경찰서에는 치안 수요가 많은 만큼 경찰 수가 많아 야간과 주간 근무로 13시간씩 번갈아 일한다. 주간 근무 시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오후 7시반까지 일하고 난 뒤 다음 날에는 오후 7시30분에 나와 오전 8시30분까지 일한다. 휴무와 비번이 물론 있지만 야간근무가 잦은 셈이다.
경찰관들은 근무 시간이 길다기 보다는 야간 근무가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포항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한 50대 경찰은 "근무 시간이 많으냐 적으냐를 떠나서 야간 근무 자체가 힘이 든다. 젊은 사람도 밤샘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 정말 사명감이 없다면 힘든 체계다"라고 말했다.
이영우 포항북부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대부분 야간 근무시에 술에 취한 사람 등 힘든 민원인을 상대할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다. 과로사가 발생하면 동료들도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