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실험조작’ 호서대 교수 '징역 1년4개월'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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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업체에 유리하게 실험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 교수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옥시 자문료 받고 유리하게 독성 실험 #업체 책임 회피 근거 돼 진상규명 지연 #법원 "묵시적 청탁 인정", 실형 선고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6일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모(61)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에게 징역 1년 4개월과 추징금 2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 교수는 2011년 10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측으로부터 자문료 2400만원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의 노출평가 및 흡입독성시험 보고서를 옥시에 유리하게 작성한 혐의를 받았다. 유 교수는 원하는 실험결과를 만들기 위해 2011년 말 옥시 직원의 집에서 창문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실험을 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7월 31일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기업 처벌촉구 6차 캠페인이 열렸다. [연합뉴스]

7월 31일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기업 처벌촉구 6차 캠페인이 열렸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독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 옥시 측은 유 교수의 보고서를 근거로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또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김모씨 등을 연구팀에 포함해 인건비를 부풀려 청구하고 연구와 관련 없는 장비 재료비를 청구하는 등 산학협력단으로부터 68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도 받았다.

1심 법원은 유 교수가 자문료를 받을 때 옥시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실험해 달라는 묵시적인 청탁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그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최종 보고서는 옥시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이면서 피해를 밝히는 데 혼란을 가져와 보상이 늦어지는 원인이 됐다”며 “대학교수로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부정한 청탁을 받고 돈을 받아 사회 일반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도 “유 교수가 작성한 최종 보고서의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고 해도 부정한 청탁으로 대가를 받았다면 범죄가 성립한다”며 원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유씨의 상고를 기각해 실형이 확정됐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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