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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허리춤에 전대 찬 듯 촌티 vs 젊은 스타일 독특한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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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트렌드 Yes or No ④ 패니 팩

‘트렌드 Yes or No’는 떠오르는 트렌드 중 호불호가 갈릴 만한 대상을 골라 대중적 눈높이에서 판단하는 코너다. 이번엔 허리에 차는 작은 가방, ‘패니 팩(Fanny Pack)’이다.

왕년에 유행하던 힙색의 부활 #스포츠·명품 브랜드 잇따라 출시 #남성·50대가 호감도 가장 높아 #무채색에 납작하고 작은 게 무난

퇴물의 반란

이탈리아 여성복 ‘막스마라’ 2017 가을·겨울 컬렉션에 등장한 패니 팩. [사진 막스마라]

이탈리아 여성복 ‘막스마라’ 2017 가을·겨울 컬렉션에 등장한 패니 팩. [사진 막스마라]

2017년 가을 가방 트렌드를 꼽자면 단연 패니 팩이다. 당장 9월에 열린 뉴욕·런던 패션위크의 스트리트 패션만 봐도 가방의 대세가 패니 팩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대체 패니 팩이 뭔가 싶지만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힙색(hip sack)’이다. 벨트백·웨이스트백이라고도 하고 영국에서는 범백(Bum Bag)이라고도 하는 복대 가방 말이다. 패니(Fanny)나 범(Bum) 모두 엉덩이를 뜻하는 속어라서 허리에 벨트를 둘러 엉덩이에 걸치는 가방을 통칭한다고 보면 된다.

사실 패니 팩은 2016년까지도 ‘퇴물’이나 다름없었다. 1980년대 스포티한 나일론 소재 가방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90년대 후반부터는 촌티 나는 가방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그저 여행 중 소매치기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혹은 시장 상인들의 전대(纏帶)로나 쓰였을 뿐이다.

2017년 1월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한 루이비통이 패니 팩의 트렌드를 예고했다. [사진 루이비통]

2017년 1월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한 루이비통이 패니 팩의 트렌드를 예고했다. [사진 루이비통]

그러던 패니 팩이 2017년 봄부터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휠라·이스트팩·MLB 같은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럭셔리 브랜드까지 패니 팩을 쏟아냈다. 지난 1월 슈프림과 협업한 루이비통은 남성복 컬렉션에서 슈트에 패니 팩을 걸친 모델들을 등장시켰다. 여성복 역시 오프 화이트, 스텔라 매카트니, 마르니 등이 너나없이 패니 팩을 내세웠다. 가을·겨울 컬렉션 역시 에르메스, 구찌, 알렉산더 왕, 겐조 등이 패니 팩 대열에 합류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90년대 스트리트 패션이 강하게 되살아나면서 패니 백처럼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은 트렌드까지 소환됐다”고 분석했다.

패션 피플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모델 벨라 하디드, 가수 리애나, 래퍼 에이셉 로키 등 세계적 패션 아이콘들은 촌스러움과 쿨함의 줄타기를 하며 패니 팩을 허리에 찼다. 특히 켄들 제너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운동복에서부터 바지 정장까지 다양한 스타일링을 보여줬고, 실제 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빈티지 패니 팩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소녀시대 수영, 래퍼 비와이와 지코 등이 공항 패션과 공연 의상으로 패니 팩을 선보였다.

벨라 하디드, 리애나 … 패션 아이콘들 애용

금속 장식을 포인트로 삼은 모스키노 패니 팩. [사진 모스키노]

금속 장식을 포인트로 삼은 모스키노 패니 팩. [사진 모스키노]

일반인들의 시각은 어떨까. 실제 SK플래닛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를 이용해 20~50대 성인 남녀 551명(남자 168명, 여자 383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었다. 일단 호불호는 비슷했다. ‘좋아 보인다’가 42.3%(233명), ‘좋아 보이지 않는다’가 37.2%(205명)였다. ‘잘 모르겠다’는 유보적 입장도 20.5%(113명)나 됐다. 특히 남자 응답자 중 57.1%(96명)가 호감을 보인 반면 여자 응답자 중에서는 35.7%(137명)만 호감을 나타냈다.

로고를 포인트로 삼은 SJYP 패니 팩. [사진 SJYP]

로고를 포인트로 삼은 SJYP 패니 팩. [사진 SJYP]

세대별로 흥미로운 결과도 나타났다. 동일 세대 응답자 비율로 볼 때 호감도는 20대에서 가장 낮았고(33.8%) 세대가 올라갈수록 늘어나 50대에서 가장 높았다(56. 9%). 호감의 이유 역시 세대 간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과거’를 모르는 20대에서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스타일이 새롭다”는 의견이 주류인 데 비해 30대와 40대는 “옛 추억이 살아나서” “과거 생각이 나서” “젊고 예뻐 보여서” 등 향수에 기반한 이유를 댔다. 50대는 “소지품을 보관하기 쉬워서”라거나 “양손이 자유로워서” 등 다른 세대에 비해 기능에 초점을 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비호감에 대한 이유는 세대를 막론하고 ‘촌스러워 보인다’는 이유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마지막으로 직접 패니 팩을 써 볼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66%(364명)가 아니라고 답했다. 20~50대 모두 ‘나이가 들어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만큼 소화하기 어려운 패션 아이템인 셈이다.

콘셉트 있는 액세서리로 활용해볼 만

그렇다면 패니 팩을 ‘패션 피플만의 전유물’로 봐야 할까. 김윤미 스타일리스트는 “패니 팩 자체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 된다”고 조언한다. 주말 나들이나 특별한 이벤트에서 캐주얼한 멋을 내고 싶을 때 ‘콘셉트 있는 액세서리’로 활용하라는 얘기다. 이때 허리에 매는 것 외에도 어깨 한쪽에 숄더백처럼 걸치거나 크로스백처럼 활용하면 새로운 스타일링이 된다.

촌스럽다는 느낌을 피하려면 처음 고를 때부터 주의해야 한다. 되도록 디자인이 단순한 것이 최선이다. 김 스타일리스트는 “볼륨이 크고 컬러가 튀며 지퍼 장식이 많은 제품은 피하라”며 “무채색에 납작하거나 작은 크기를 고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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