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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도 안 남았는데 … 공론 수렴 못하는 공론화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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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입장 발표하는 신고리 원전 건설재개 측 대표단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건설재개 측 강재열 원자력산업회의 상근부회장(가운데)을 비롯한 대표단이 24일 오전 서울역 별실 회의실에서 국민과 시민참여단의 알 권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론화위원회가 건설중단 측의 입장만을 수용하지 말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또한 정부 출연기관과 한수원의 건설재개 측 활동 중단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며 공론화위원회가 전문가들의 제한 없이 공론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2017.9.24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입장 발표하는 신고리 원전 건설재개 측 대표단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건설재개 측 강재열 원자력산업회의 상근부회장(가운데)을 비롯한 대표단이 24일 오전 서울역 별실 회의실에서 국민과 시민참여단의 알 권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론화위원회가 건설중단 측의 입장만을 수용하지 말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또한 정부 출연기관과 한수원의 건설재개 측 활동 중단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며 공론화위원회가 전문가들의 제한 없이 공론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2017.9.24 superdoo8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이 반환점을 돌았다. 숙의(熟議) 과정에 참여할 시민참여단 478명이 지난 16일 오리엔테이션에서 정해졌다. 시민참여단은 3주간 건설중단·재개 양측이 제공한 정보와 논리를 학습해 고민하는 과정을 가지게 된다. 이후 다음 달 13~15일에 열릴 합숙토론을 통해 최종 의견을 정한다. 공론화위가 권고안을 만들어 다음 달 20일 정부에 제출하면 공론화 과정은 끝난다.

한수원 토론 참여 놓고 날선 공방 #시민참여단 478명 정해졌지만 #토론 참여 대상자 선정 불협화음 #건설중단측 “정부기관 참여 불공정” #재개단체 “일방적 정보 전달 우려”

공론화위 활동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공론화를 둘러싼 혼란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출발 직후 정체성 논란을 겪은 데 이어 최근엔 건설중단·재개 단체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24일 공론화위가 출범하자 “공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공론화위와 시민참여단이 헌법상 대표기구도 아닌데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있냐는 비판이 나왔다. 공론화위가 7월 27일 “공론조사 결과는 ‘권고안’일 뿐”이란 의견을 밝힘에 따라 정부와 공론화위 간 ‘책임 떠넘기기’ 양상까지 나타났다. 논란은 지난달 3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공론화위가 국민 의견을 전달하면 정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며 가까스로 종료됐다.

최근엔 시민참여단에 제공할 자료집, 숙의 과정에 참여할 전문가 선정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건설중단 측은 최근까지 시민참여단에 제공할 자료집 내용 제출을 미뤘다. 목차와 내용 구성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공론화 불참까지 시사했다. 이에 공론화위와 건설중단·재개 측은 지난 21일 모여 자료집 내용과 목차 구성에 다시 합의했다.

자료집 작성에 합의하자 이번엔 건설재개 측이 24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론화 과정에서 한수원 및 정부 기관 연구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건설재개 측은 공론화위가 지난 20일 산업부에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출연기관의 ‘건설 재개 측 활동’ 중단을 협조해달라”는 건설 중단 측 요구사항이 담긴 협조요청 공문을 보낸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산업부는 22일 밤 한수원 등에 “공론화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활동이 재발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 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건설재개 측은 산업부의 요청이 사실상 “한수원과 정부 기관 전문가는 공론화 과정에서 빠지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주현 동국대 에너지환경대학장은 “원전은 국가주도 산업이라 정부 기관 전문가가 빠지면 시민참여단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재개 측은 전문가 선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론화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5일 열리기로 했던 울산지역 토론회는 연기됐고, 이후 일정도 개최가 불투명하다.

반면 건설중단 측은 공기업이자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한수원이 공론화에 참여하는 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25일 “양측 합의가 어려우면 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고리 5·6호기 &#39;건설중단&#39; 측 대표로 공론화위에 참여해온 &#39;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39;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소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날 공론화 과정에 적극 참여해 대응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연합뉴스]

신고리 5·6호기 &#39;건설중단&#39; 측 대표로 공론화위에 참여해온 &#39;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39;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소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날 공론화 과정에 적극 참여해 대응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연합뉴스]

정부의 탈(脫)원전 홍보 정책도 논란을 키웠다. 산업부가 지난 6일 개설한 ‘에너지전환정보센터’ 홈페이지엔 탈원전·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 관련 정보가 담겨 있다. 이에 공론화위는 “홈페이지 운영을 공론화 기간 동안 중단해 달라”는 건설 재개측 요청사항을 최근 산업부에 공문으로 전달했다. 결국 산업부는 25일 홈페이지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부 탈원전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개설한 ‘에너지전환정보센터’ 홈페이지(www.etrans.go.kr). 현재는 운영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사진 홈페이지 캡처]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부 탈원전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개설한 ‘에너지전환정보센터’ 홈페이지(www.etrans.go.kr). 현재는 운영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사진 홈페이지 캡처]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건설중단·재개 측 갈등으로 공론화 일정이 지장을 받으면 시민참여단이 충분히 학습·토론할 수 없다”며 “성숙한 의견을 도출하는 공론조사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일정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숙토론 후 공론화위가 정부에 제출할 권고안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권고안에 찬반을 적을지, 적는다면 오차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만일 권고안에 찬반 비중의 변화 추이만 담기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느냐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권고안을 해석해 최종 결정을 할 수 있어서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사 중단에 대한) 찬반 비율차가 크지 않게 나오면 양측에 해석의 여지를 남겨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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