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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하라" 트럼프에 맞선 NFL 선수들...국가 연주 때 무릎 꿇고, 팔짱끼며 항의 표시

중앙일보

입력

NFL 볼티모어 레이븐스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열린 잭슨빌 재규어스와 시합에 앞서 국가가 연주되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항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NFL 볼티모어 레이븐스 선수들이 24일(현지시간) 열린 잭슨빌 재규어스와 시합에 앞서 국가가 연주되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항의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의 '애국심 결여'를 문제 삼아 이들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NFL 선수와 구단들도 크게 반발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발단은 지난 22일 앨라배마주 지지 유세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국기에 무례를 범하는 개XX가 있을 때는 즉각 필드에서 내쫓아버리는 그런 NFL 구단주들을 좋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가연주때 무릎꿇은 채로 있는 NFL 선수들. [AP통신]

국가연주때 무릎꿇은 채로 있는 NFL 선수들. [AP통신]

지난해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 등 일부 선수들은 소수 인종에 대한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며 국가 연주 때 일어서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습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NFL 선수들이 국기와 국가에 대한 결례를 멈출 때까지 팬들이 경기에 가길 거부한다면 빠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무례한 선수들을 '해고 또는 자격정지' 시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NFL 선수들과 구단들은 집단으로 반발에 나섰다. 25일 NFL 잭슨빌 재규어스와 볼티모어 레이븐스 선수들은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즉각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팔짱을 꼈다. 잭슨빌 구단주 쉐드 칸도 선수들과 팔짱을 끼고 동참했다. 또 피츠버그 스틸러스 선수단은 국가 연주 시간이 되어서도 라커룸에 머물며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마이애미 돌핀스 선수들은 캐퍼닉을 지지하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서 몸을 풀었다.

AP통신은 이날 NFL 경기에서 100여 명의 선수가 항의시위를 했다고 전했다. 구단들도 공식 성명을 내고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지난 시즌 수퍼보울 우승팀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 로버트 크래프트는 성명에서 "대통령의 지난 22일 발언에 매우 실망했다"며 "이 나라에서 스포츠보다 더 위대한 통합자는 없다. 불행하게도 정치보다 더 분열적인 것은 없다"고 했다. 크래프트는 지난 1월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만 100만 달러를 기부했을 만큼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로 유명하다.

NFL 커미셔너 로저 구델은 24일 성명에서 "NFL과 선수들은 나라와 문화 통합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인 발언은 리그와 선수, 경기에 대한 존중의 결여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NFL의 현역 및 은퇴 선수들도 트위터 등을 통해 "캐퍼닉, 당신과 함께하겠다" 등 글을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욕설 발언에 반발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무릎꿇기에 나섰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신인 포수 저스틴 맥스웰은 전날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서 국가 연주 시간에 무릎을 꿇었다. 모든 선수들이 동참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 육군 특수부대 출신인 피츠버그의 알레한드로 빌라누에바는 선수단이 라커룸에서 국가 연주를 보이콧하는 사이 홀로 나와 가슴에 손을 얹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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