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무면허 여고생' 운전자·동승자 나눈 대화 보니 "우리 잘못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무면허 여고생이 몰던 차량과 충돌해 숨진 배달기사 최씨의 오토바이(왼쪽).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무면허 여고생이 몰던 차량과 충돌해 숨진 배달기사 최씨의 오토바이(왼쪽).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무면허 여고생이 운전하는 차량과 충돌해 숨진 강원도 강릉의 퀵서비스 배달기사 최모(24)씨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며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최씨는 지난 10일 오전 2시25분쯤 강릉시 교동 강릉종합경기장 인근 삼거리에서 여고생 김모(18)양이 몰던 승용차와 충돌해 사고 발생 2시간 30분 만에 뇌출혈로 숨졌다. 김양은 이날 0시쯤 강릉시 노암동 공영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어머니의 승용차를 몰래 끌고 나왔다. 조수석과 뒷좌석엔 친구 3명도 태웠다. 김양은 무면허 상태로 도심을 달리다 강릉종합경기장으로 가던 중 사고를 냈다.

◇ 가해자 친구 "사실이 와전" SNS에 글 올려

[사진 MBN 방송 캡처]

[사진 MBN 방송 캡처]

사건이 알려졌을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운전자 김양의 친구라고 밝힌 한 학생은 사고 관련 글을 게재했다. "무면허 운전은 잘못이지만 최씨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었다. 이 학생은 최씨가 사고 당시 과속을 했고, 그가 헬멧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어른들 말대로 우리가 죽인 것도 아니고"

[사진 SBS 방송 캡처]

[사진 SBS 방송 캡처]

22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따르면 최씨 유가족은 장례식장에 찾아온 김양 등에게 "왜 SNS에 그런 걸 올렸냐"며 물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던 모습과 달리 이들이 나눈 온라인 메시지는 이들의 또 다른 면모를 보게 했다. 조롱과 욕설이 섞인 이들의 대화에서 진지한 반성도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최씨 아내는 "와서는 '죄송하다 죄송하다'하고 뒤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나눈 대화에는 "오토바이가 운전을 잘못했다" "다 죽었으면 좋겠다" 등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사진 MBN 방송 캡처]

[사진 MBN 방송 캡처]

이들의 대화는 지난 12일 MBN '뉴스 빅(BIG)5'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이들은 "우리 잘한 것도 아니지만 잘 못 한 것도 아니야. 알지? 기죽지 말자" "어른들 말대로 우리가 죽인 것도 아니고" "장례식장 가서 뭐 하냐. 얼굴 팔리고" 등과 같은 대화를 했다.

◇ 오토바이 과속? 사실은…

[사진 SBS 방송 캡처]

[사진 SBS 방송 캡처]

차량에 동승했던 한 학생의 부모는 "죄송하지만 아이들도 그렇고 우리도 너무 힘들다" "우리가 그쪽(유가족)과 합의를 하고 안 되면 구속되는 거고 그런 것만 남았는데 방송을 왜 하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에 따르면 '오토바이가 과속했다'는 학생들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는 최씨가 몰던 오토바이의 속도를 시속 약 50~60㎞ 정도로 추정했다. 또 깜빡이를 켜고 들어왔다는 김양 주장과 달리 그는 깜빡이를 켜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피해자父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사진 SBS 방송 캡처]

[사진 SBS 방송 캡처]

최씨는 지난 2일 퀵서비스 배달일을 시작했다. 퀵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예정대로라면 업무가 마감됐어야 했는데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사고 당일 배달을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7개월 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아버지 최씨는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태어난 아들을 잘 키우겠다고 했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밤늦게까지 배달일을 하다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결혼 이후 강릉의 한 아파트에서 월세를 내고 생활해 왔다. 숨진 최씨의 아버지는 5년 전 직장암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