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명수 인준 가결, 코드 버리고 협치 세우는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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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천신만고 끝에 가결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로써 헌법재판소장·대법원장 동시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으며, 북한 핵·미사일의 현실적 위협 앞에서 국정동력의 급속 상실에 따른 국가운영의 표류를 가까스로 막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인사 파문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여당은 지나친 ‘코드 인사’를 걱정하는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임기 4년 내내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의 집권 초기 낙마자가 7명이었는데 문재인 정부 또한 이미 같은 수가 낙마했다. 아직 인선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많은 낙마자가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거듭된 인사 실패는 부실검증과 효율적이지 못한 인사 시스템 탓도 있겠지만 정치적·이념적 동종 교배만을 추구한 코드 인사에서 비롯됐음을 우선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심지어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를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당이 반대하고 나서는 웃지 못할 코미디까지 벌어졌다. 나와 이념적 성향이 다르면 적폐라는 오만, 개혁과 좌편향을 혼동하는 편견을 서둘러 버려야 한다. 이번 표결에서도 드러났듯 문재인 정부는 향후 국정수행에 있어 국민의당 등 야당의 협조 없이는 여소야대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능력만 있으면 야권 인사도 발탁하는 협치와 탕평 정신을 인사의 제1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것만이 한반도 위기상황을 기회로 바꿔 역사에 남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아울러 김 대법원장 후보자는 이제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좌편향 우려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치권력과 이념으로부터 자유롭고 오로지 법과 정의만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사법부를 만들 것을 국민들과 약속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사법개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