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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나 땐 스타킹도 빨았다”는 선배님께

중앙일보

입력

▼ “나 땐 스타킹도 빨았다”는 선배님께 ▼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저희는 이동할 때 항상 선배님들 뒤에서 걷습니다
대화할 땐 ‘다’나'까’로 말씀드려야 합니다
이 정도는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이건 어떻습니까
한 선배님은 “키가 몇이지? 이 키로 어떻게 입사했지?”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장거리 비행 뒤 숙소도 선배님 일정에 맞춰야 합니다
쇼핑이 싫어도 따라가서 짐을 들어야 하고
식당도 선배님이 원하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이런 말씀 드리면 “우리 땐 더 했다”고 하실 겁니다
선배님 스타킹을 손빨래하고
선배보다 먼저 벙커(기대 휴식공간) 들어갔다고
물 세례를 받았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들려오니까요

기강은 있어야겠지만 이런 ‘똥군기’가
마땅히 이어받아야 할 전통인가요

1997년 괌에서 KAL기 추락사고는
부기장이 기장에게 예의를 갖추려 망설인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하죠

비행기가 충돌 직전인데도 기장에게
거역을 못한 ‘권위주의’의 문화 때문에 228명이 사망했습니다

사고 뒤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선후배는 갑을 관계이고
후배는 눈치보느라 말을 꺼내기를 망설입니다

‘똥군기’는 승객의 안전에도 치명적이라고 생각해요
더 늦기 전에 바꿔야 합니다

※전현직 승무원 6명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제작:  오다슬 인턴 oh.da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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