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청탁 아닌 정이 듬뿍, 추석엔 우리 농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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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불과 20~30년 전까지도 추석이 되면 서울의 기차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고향으로 가는 승차권을 판매하는 날이면 이른 새벽부터 몰려든 사람들로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렇게 어렵사리 교통편을 구하고 10시간이 넘는 귀향길에 힘이 들어도 부모님과 친지들을 뵐 생각에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시대가 흘러 귀향길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이웃 친지들과 정 을 나누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의미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오곡백과 가 무르익는 풍성함과 청명한 하늘을 보니 이보다 좋은 시기가 있을까도 싶다.

그러나 추석을 맞는 농업인들의 마음은 극심했던 가뭄과 폭우, 가축 질병 속에서도 정성스레 키운 농축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도시 소비자들이 얼마나 사줄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실제로 시장개방과 식습관의 변화, 특히 청탁금지법까지 시행되면서 우리 농축산물 소비는 급격하게 줄고 있다. 과거 농축산물의 40%가량이 설·추석에 소비되었지만, 올해 설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만 해도 전년보다 26%나 감소했다고 한다.

특히 소중한 가족과 친지, 지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명절의 의미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으로 퇴색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더군다나 추석이나 설 등 고유명절에 정성껏 기른 우리 농축산물을 주고받는 것은 선물이라기보다 따뜻한 정(情)을 나누는 우리의 오랜 전통문화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

농협은 추석을 맞아 전국 2100여개 하나로마트에서 ‘한가위 농·축·수산물 선물대잔치’를 열고 농축산물과 제수용품을 최대 30% 할인 판매한다. 특히 선물세트의 66%를 5만원 이하로 준비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크기는 작지만 품질이 우수한 ‘한손 과일 선물세트’와 ‘농업인 생산기업 선물세트’를 특별판매하고, 전국에 127개의 농축산물 직거래장터도 연다.

청탁금지법과 관련해서는 공직자가 아닌 사람들 간에 선물은 아무런 제한이 없고, 직무 관련이 없는 공직자에게는 5만원이 넘는 선물도 가능하니 이번 추석은 믿을 수 있는 우리 농축산물로 마음을 전해 보시길 진심으로 권한다.

하나로마트를 찾은 소비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한우와 과일을 답한 경우가 46%에 달했다고 한다. 5만원 미만으로 ‘실속세트’를 구성할 때도 과일과 육우·사골 등 우리 농축산물을 선호한다는 비중이 37%였다. 선물의 종류도 다양한 요즘 우리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느낄 수 있어 농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을 갖게 되고, 더 좋은 상품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번 명절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기’를 기대해 본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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