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이사회에서 SK하이닉스의 한·미·일 연합과 반도체사업부 매각 계약을 맺기로 결정했다는 일본 현지 보도가 나온 20일. 정작 당사자인 SK하이닉스는 신중한 분위기였다.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은 채 “도시바의 공식 발표나 연락이 없었다”면서 “현재로써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만 했다.
아직 인수 계약이 최종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시바가 먼저 공식 발표를 하면 그때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이날 인수 계약서에 서명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 ‘도시바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린’ 선에 그친 만큼 당장에 어떤 입장을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일본 정부가 한국의 지분 참여에 민감해하는 형국임을 고려해 최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모습을 취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으론 도시바가 그간 수차례 기존 입장들을 번복해가면서 혼란을 줬던 전례까지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도시바는 올 6월 말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다고 밝혔지만 한 달도 안 지난 7월 10일에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나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도 협상을 재개한다”고 발표해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이후 지난달 27일엔 “WD가 우선협상대상자로 바뀌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나흘 뒤 도시바는 “다른 곳들과 원점에서 협상을 검토한다”고 또 말을 바꿨다. 그러고서 다시 2주 뒤인 이달 13일에는 한·미·일 연합과 빠른 결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의 그간 행태로 봤을 때 앞으로 상황이 다시 바뀔 수도 있다”며 “인수 계약서에 서명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상황을 확신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사회의 결정이 다시 한 번 바뀔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다는 의미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