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내 험담을 해서" 청주 20대 알몸 여성 살해 용의자 말다툼 끝에 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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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20대 나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하천 둑길. [연합뉴스]

19일 오전 20대 나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하천 둑길. [연합뉴스]

알몸으로 숨진 채 발견된 2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30대 남성 용의자는 “주변에 나와 여자친구를 험담 하고 다녀 화가 나 그랬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평소 험담하고 다녀 화가나 범행 저질렀다" 진술…경찰 추가 조사 #피해자와 용의자 여자친구는 10년 이상 알고 지낸 사이 #경찰, 통화기록 분석해 강원 속초에서 30대 용의자 붙잡아

충북 청주흥덕경찰서는 20일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 A씨(22)를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B씨(32)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B씨는 지난 19일 흥덕구 옥산면 장남천 둑 인근에서 A씨와 다투던 중 그를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경찰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와 친한 사이인 A씨가 평소 자신과 여자친구에 대해 험담하고 다니는 문제로 다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의 여자친구와 10여 년이상 알고지낸 사이였다.

20일 오후 청주 흥덕경찰서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긴급 체포된 B씨(32)가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청주 흥덕경찰서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긴급 체포된 B씨(32)가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관계자는 “피해자와 B씨의 여자친구는 언니, 동생하는 친한 사이였다”며 “A씨가 험담을 자주했다는 이유를 살해 동기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진술이 달라질 수 있지만 B씨가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에 대한 부검 결과 머리 손상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소견을 냈다. 이 소견에서 성폭행 흔적은 없었다. 청주시 흥덕구에 살고 있는 A씨는 19일 0시20분쯤 B씨와 만났다. 둘은 30분 뒤 A씨가 살해된 곳인 흥덕구 옥산면 장남천 둑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은 19일 새벽 A씨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A씨가 숨지자 그를 하천 둑에 심어진 뜰깨 사이에 시신을 유기한 뒤 스마트폰과 지갑 등을 챙겨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A씨가 살해당하기 직전 B씨와 통화한 뒤 만난 정황을 포착해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검거에 나섰다. B씨의 승용차가 사건 당일 A씨 시신이 발견된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일대를 돌아다니는 폐쇄회로TV(CCTV)를 확보한 경찰은 20일 오전 1시10분쯤 강원 속초 숙박업소에 있던 B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B씨의 승용차에서 A씨의 스마트폰과 지갑을 확보했다. A씨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서 혈흔이 있는 둔기도 찾아냈다.

20일 오후 청주 흥덕경찰서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B씨(32)가 조사를 받기 위해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청주 흥덕경찰서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B씨(32)가 조사를 받기 위해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전날 오전 6시40분쯤 마을 주민에 의해 옷이 벗겨져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머리를 둔기에 맞아 함몰됐고 몸에도 구타로 생긴 상처가 여럿 나 있었다. 얼굴에 멍이 들고 치아가 손상되는 등 폭행 흔적도 발견됐다. 시신이 놓여있던 하천 둑에는 핏자국이 곳곳에서 묻어있었다.

경찰은 시신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여성의 원피스와 속옷, 슬리퍼를 찾아냈다. A씨가 왜 옷을 벗은 채 숨져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관계자는 “B씨의 진술과 확보한 증거물을 바탕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해 정확한 범행 동기와 수법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21일 B씨에 대해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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