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승객 10명 중 8명, "승차 시 담배 냄새 불쾌" 경험

중앙일보

입력

택시 승객 10명 중 8명은 담배 냄새때문에 불쾌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택시 승객 10명 중 8명은 담배 냄새때문에 불쾌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포토]

택시 승객 10명 중 8명은 담배 냄새 때문에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쾌감을 느낀 승객의 73%는 그냥 참았고 21%는 택시에서 내리는 등 '피한다'고 응답했다. 윤진하 연세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금연정책포럼 14권호'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3차 흡연 노출 인식과 정책에 관한 연구' 결과를 실었다. 지난해 11월, 만 19세 이상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 조사를 한 결과다.

73% '참는다' 21% '피한다' #윤진하 연세대 교수, 3000명 설문 #3차 흡연 노출 인식과 정책 연구 #버스지하철 승객 96% 불쾌감 #흡연자 25%, 아이 있을때만 금연 #"비흡연자 보호 위해 자동차 금연 필요"

2차 흡연은 다른 사람이 흡연할 때 발생한 담배 연기를 흡입하는 것을 뜻한다. 3차 흡연은 담배 연기가 사라진 뒤 머리카락·옷·가구·커튼 등에 남아있는 오염 물질에 노출되는 것이다. 3차 흡연 물질은 시간이 지나도 물체 표면에 남아있다. 숨을 쉬거나 피부에 닿을 때 영향을 미친다. 환기를 시켜도 3차 흡연 물질은 잘 없어지지 않는다.

담배 연기가 사라진 뒤에도 옷이나 머리카락, 가구에 담배 유해 물질이 남아 3차 흡연 문제를 일으킨다. [중앙포토]

담배 연기가 사라진 뒤에도 옷이나 머리카락, 가구에 담배 유해 물질이 남아 3차 흡연 문제를 일으킨다. [중앙포토]

설문 결과에 따르면 3차 흡연으로 인한 불쾌감 비율은 버스·지하철이 96%로 택시(85%)보다 높았다. 문제는 택시에서 불쾌감을 느껴도 딱히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불쾌감을 느낄 때 대처방법으로 버스·지하철의 경우에는 '피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0%였다. 반면 택시는 20%에 그쳤다. 윤진하 교수는 "버스·지하철보다 공간이 제한돼 있어서 피하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오랜 시간 머물 수밖에 없다"며 "택시에서의 3차 흡연 노출량이 버스·지하철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는 승객 유무와 관계없이 차량 내에서 금연이다.

지하철 이용 승객의 96%가 담배 냄새에 따른 불쾌감을 호소했으며 이중 60%는 담배 냄새를 피해 자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지하철 이용 승객의 96%가 담배 냄새에 따른 불쾌감을 호소했으며 이중 60%는 담배 냄새를 피해 자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영업용이 아닌 개인 소유의 자동차에는 금연 정책이 적용되지 않는다. 설문 응답자 중 자동차 내에서 완전히 금연한다는 비율은 82.4%이었다. 그런데 흡연자의 25%는 아이와 있을 때만 금연했다. 아이가 없을 때만 자동차에서 흡연을 하더라도 담배 물질이 차량 안에 남아 있어 아이가 3차 흡연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담배연기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려면 완전히 금연 해야 한다.

윤 교수는 "자동차 내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에 탑승한 사람이 3차 흡연에 노출 될 수 있다"며 "비흡연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내 금연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차나 3차 흡연이 아이들의 건강에 유해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약 90% 이상으로 흡연자든 비흡연자든 관계없이 대부분 건강에 유해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반면 흡연이 아이들 건강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관련기사

응답자의 80~90%는 간접흡연때문에 아이들이 호흡기 관련 질환(천식·감기·폐렴·편도선염)에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간접흡연이 아이들의 비만, 귀 염증, 청력손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0~30%에 그쳤다.  윤 교수는 "담배연기가 호흡기를 통해 노출되기 때문에 호흡기 관련질환에 대한 인식은 높지만 다른 질환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다"며 "여러 질환과 간접흡연과의 관련성을 보다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 응답자의 73%는 금연 숙박 시설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비용의 10%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비율이 전체의 39%로 가장 높았다. 추가 비용 지불 의사에 대해서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