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기다리던 美 교포들에게 경찰이 "가방 좀 보여주세요" 묻자 보인 반응

중앙일보

입력

[사진 청와대 페이스북]

[사진 청와대 페이스북]

 지난 6월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경호했던 담당자가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1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방미 한국 대통령 경호만 30년째인 조셉 오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경찰국 팀장이 출연해 다양한 대통령 경호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오 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문 대통령까지 전·현직 대통령 경호를 25차례 이상 맡아왔다.

오 팀장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를 하면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문 대통령을 경호했을 때였다. '왜 아찔했냐'는 질문에 그는 "모든 대통령은 교포나 주민 등과 같은 환영객을 만나더라도 앞으로 잘 나서지 않는다"고 입을 열었다.

오 팀장은 "(보통 대통령들은) 공식장소에서 나와서는 차에 바로 타는 등 주민들에게 멀리서 손을 흔들 수는 있어도 앞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며 "경호를 맡은 이래 최초로 문 대통령이 나와 교포와 악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광경을 직접 지켜본 그는 '와. 이건 미국 대통령도 잘 안 하는데 한국 대통령도 빌 클린턴 대통령 스타일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오 팀장은 "이런 일이 처음이라 제일 난감했다"면서 또 다른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경호 팀은 1시간 전 현장에 도착했는데 교포분들은 4~5시간 전에 도착하거나 심지어 12시간을 운전하고 온 분도 있었다"면서 "땡볕에서 5~6시간 후 오는 대통령을 기다렸다"고 했다. 교포들은 "대통령을 꼭 만나야 한다"고 말하면서 문 대통령을 기다렸다.

사람이 많으면 경비 태세는 삼엄해질 수밖에 없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오 팀장은 문 대통령을 기다리는 교포들에게 "앞에 있을 거면 소지품을 확인해도 좋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보통 웬만해선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그는 전했다.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경호를 담당하던 경찰들에게 오히려 가방을 맡기거나 뒤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것을 먼저 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 팀장은 "이게 참 재미있었다"면서 "이분들은 '아주 평화롭게 대통령을 꼭 만나고 싶은 분들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군중 속으로 들어가는 문 대통령을 보며 "'전에는 다 보수적이었는데 대한민국 자체가 진보로 가는구나' 싶었다"며 "30년 해왔던 경호의 방식이 달랐다"고 덧붙였다.

오 팀장은 또 미국 사회가 한국 대통령을 상대하는 정도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 경호에도 특급·A급·B급 등으로 분류가 있는데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최고 대우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는 120여명의 경호원이 동원됐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