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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등 굽은 새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1면

<32강전> ●판윈뤄 6단 ○송태곤 9단

4보(54~69)=판윈뤄 6단은 2009년 입단한 중국의 신흥 강자다. 그가 처음부터 존재감 있는 인물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갑자기 세계대회 본선에 오르며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판윈뤄 6단의 최대 강점은 끈질기다는 것이다. 상대가 질릴 때까지, 버티고 또 버티는 데 능한 기사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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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곤 9단도 판윈뤄 6단의 그런 스타일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일찌감치 바둑의 주도권을 잡아야겠다고 작정한 듯하다. 54, 56, 58로 중앙을 쭉쭉 밀었다. 경쾌하고 기분 좋은 행마다. 이와 달리 흑의 행마는 등 굽은 새우처럼 잔뜩 움츠려 있다. 백이 60으로 지키니 우중앙에 백 실리가 쏠쏠하게 불었다. 우변까지 아우르는 백의 실리로 보건대, 현재 바둑은 백이 한결 여유로운 형세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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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판윈뤄 6단은 태평하기만 하다. 61로 호구 쳐서 중앙을 지켰는데, 박영훈 9단은 이 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 9단은 "61은 지나치게 한가로운 수다. 여기에서는 '참고도' 흑1로 늘어서 강하게 반발한 다음, 흑5, 7로 뛰어서 버티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판윈뤄 6단이 안일한 수를 두고 있는 사이, 선수까지 잡은 송태곤 9단은 64로 우상귀에 손을 뻗었다. 이어 66, 68로 '패'를 만들면서, 반상의 중심은 우상귀 패싸움이 됐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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