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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收<추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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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호 29면

漢字, 세상을 말하다

곧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깊숙한 가을이다. 온 산을 물들이는 울긋불긋한 잎사귀를 가리키는 성어다. 가을의 정취는 제법 풍성하다. 오동잎에 떨어지는 밤비가 우선 그럴 듯하다. ‘梧桐葉上三更雨(오동엽상삼경우)’다. 잎이 커다란 오동은 빗소리를 크게 울린다. 가득 찼던 것이 틈을 내주며 사라지는 가을의 정서를 드러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봄에는 바람, 가을에는 달이 시후(時候)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한자로는 춘풍추월(春風秋月)이다. 떨어지는 잎사귀는 가을의 또 다른 상징이다. 엽락지추(葉落知秋), 일엽지추(一葉知秋) 등은 잎사귀의 떨어짐을 보고 가을의 도래를 짐작한다는 말이다.

서풍낙엽(西風落葉)이라는 성어도 가을을 대변한다. 차가운 바람에 휘날리는 잎사귀다. 추풍낙엽(秋風落葉)은 가을바람에 맥없이 떨어지는 잎사귀다. 어느 세력의 등장 앞에 맥을 못 추고 물러서는 경우를 뜻한다. 춘화추실(春花秋實)도 있다. 봄은 꽃이요, 가을은 열매라는 뜻이다. 때에 맞는 일, 또는 그런 상황을 일컫는다. 오곡풍등(五穀豐登)은 가을을 찬미한다. 잘 여문 온갖 곡식이 풍성하게 쌓이는 상황이다. 맑은 가을 하늘에 상쾌하기 그지없는 날씨를 일컫는 말은 추고기상(秋高氣爽)이다. 우리가 자주 쓰는 성어는 천고마비(天高馬肥)도 있다.

가을은 추수(秋收)라는 단어를 비켜 갈 수 없다. 봄에 씨를 뿌려 여름에 키운 곡식과 과일 등을 거둬들이는 행위다. 가을에 맞춰 거두지 못하면 농사를 크게 그르친다. 삶도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를 알리는 성어가 추수동장(秋收冬藏)이다. ‘가을걷이’를 추수(秋收)로 적었고, 뒤에 닥치는 겨울에 대비해 거둔 것을 쌓아두는 일은 동장(冬藏)으로 표현했다. 계절의 흐름에 맞춰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니 가을은 수렴(收斂)과 내성(內省)의 계절이다. 우리가 그동안 대처하지 못했던 북핵의 문제를 생각해야 할 때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 꼬여 지금의 위기를 맞았을까 잘 따지며 고민해야 한다. 그런 수렴과 진지한 성찰에 실패한다면 우리에게 닥치는 것은 아주 혹독한 엄동(嚴冬)과 설한(雪寒)일 테니까.

유광종
중국인문 경영연구소 소장
ykj33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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