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반도체 쌩쌩 … 자동차·숙박업은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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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면서 2분기 제조업 기업의 매출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 매출 증가와 함께 수익성이 높아지며 기업 부채 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도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17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늘어났다. 2012년 1분기(10.4%) 이후 최고치다. 이번 조사는 2016년말 외부감사대상법인(자산규모 1200억원 이상 등) 3324개를 대상으로 했다.

매출액 증가를 이끈 것은 제조업이다. 2분기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8.4%를 기록했다. 1분기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매출액을 끌어올린 요인은 반도체와 철강 등 주력 제품의 수출 호조와 가격 상승이다. 기계·전기전자의 매출액 증가율은 19.8%에 달했다.

심해지는 제조업 양극화 #수출 호조 전체 매출액 8.4% 증가 #2분기 1000원어치 팔아 72원 수익 #부채 비율 낮아지고 차입금 줄어

금속제품(10.9%)과 석유·화학(7.3%) 업종의 매출액도 크게 늘었다. 반면 자동차와 조선업의 부진으로 운송장비(-3.1%) 업종의 매출은 줄었다.

2분기 비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였다. 1분기(5.9%)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서비스 부문 매출액(8.1%)은 늘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인한 중국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음식·숙박업(0.27%)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몸집만 커진 것이 아니다. 수익성도 좋아졌다. 2분기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2%였다. 1000원어치를 팔아 72원을 남긴 장사를 한 것이다. 이 수치는 2010년 3분기(7.2%) 이후 가장 높다.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8.4%로 1분기(8.5%)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비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5.4%를 기록했다.

기업의 안정성도 개선됐다. 2분기 기업의 부채비율은 86.0%였다. 2007년 3분기(85.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분야는 더 건전해졌다. 제조업 부채비율은 6월 말 기준 66.7%다. 2001년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최덕재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조선업 구조조정의 효과 등으로 인해 운송장비 분야의 부채 비율이 줄어든데다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며 자기 자본을 확충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운송장비 업종의 부채비율(86.6%)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포인트 하락했다. 비제조업 부채비율(119.8%)은 1분기(122.7%)보다는 줄어들었다.

기업의 금융부담을 보여주는 차입금 의존도도 낮아졌다. 2분기 전체 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22.6%였다. 제조업(20.0%)의 경우 1분기(19.7%)보다 차입금 의존도가 조금 높아졌다. 한은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설비를 고도화하기 위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기계·전기전자 분야 중심으로 제조업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장밋빛으로 보이는 이들 수치가 기업 현장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데 있다. 자동차나 조선업을 필두로 제조업의 부진이 심화하며 빨간불이 켜지고 있어서다. 권희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맞으며 국내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의 경우 반도체와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 사이의 온도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2분기에는 54% 각각 늘었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선박 포함)은 1·2분기에 각각 12%와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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