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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용등급 위협하는 건 북핵보다 가계 부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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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북핵 리스크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최근 2년간 급증한 가계 부채가 위험 요소다.”

S&P 한국 담당 킴엥 탄 상무 #한반도서 전쟁 가능성 높지 않아 #고령화 리스크가 가계 살림 위협 #한·미 FTA 재협상 영향은 제한적

글로벌 신용평가 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담당하고 있는 킴엥 탄(사진) 상무의 분석이다. 탄 상무는 S&P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신용평가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14일 국제금융센터가 주최한 S&P 초청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기자간담회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북한의 핵 도발이 한국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국가 신용등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북한의 무기 개발이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게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누구도 갈등을 일으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북한 입장에서도 전쟁은 정치적 불안을 일으켜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원치 않을 것이다.”
긴장 상태가 장기화하면.
“이달 초 6차 핵 실험과 같은 수준의 긴장이 지속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예상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북한도 재원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긴장이 지속되면 특히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이 두드러질 것이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도 한국에 투자를 유지하려는 의욕이 꺾일(disincentive) 수 있다.”
북핵 리스크가 한국의 금융·통화 정책에 미칠 영향은.
“한국 정부가 올해 재정이나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북한 문제 외에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은.
“단기적으로 큰 이슈는 없다. 장기적으로는 2년간 급속히 오른 가계 부채 문제다. 고령화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서 뚜렷해질 것이다. 청년 실업률은 경제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정치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못 갖거나 일자리가 기대에 못 미치면 정치적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소득 불균형도 커지고 있다.”
높은 가계부채는 왜 리스크인가.
“가계 부채의 문제는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제한한다는 점이다. 가계 부채가 늘면 가처분소득이 줄고, 대출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이면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펼 수 있는 여력이 줄어 든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은행 재정 상태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2~3년 내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다.”
고령화 리스크는.
“베이비부머가 은퇴 후 개인 사업을 하거나 월세를 받아 생활비로 쓰려고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 어떤 사업이든 간에 리스크는 있게 마련이다. 더구나 한국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 대출해서 사업을 하더라도 소득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고령화로 국내 수요가 줄면 임대료도 줄고, 집값 자체도 떨어질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가계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고 본다.”
정부의 복지 지출 증가가 미치는 영향은.
“한국 정부의 재정 상태를 상당히 우수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재정적자가 우려하는 수준보다 커지더라도 당장 신용도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미치는 영향은.
“수출 산업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대외 지표에서 드러날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한다. 돌이켜 보면 FTA 발효 후 한국 경제가 빅 점프(큰 성장)를 한 건 아니었다. FTA를 통해 이득을 보려면 수출 잠재력은 있지만 해외 직접투자가 많지 않아야 한다. FTA를 계기로 해외 기업이 투자를 해서 생산 기지를 이전하고, 그 결과 수출이 늘어야 제대로 수혜를 입는 것이다. 한국은 FTA 체결 이전에도 외국인 투자가 높은 수준이었다. 재협상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서 한미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이전하면 상황이 나빠질 수 있으나 FTA 재협상만으로 나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 정책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나.
“현 정부가 북핵 문제 때문에 아직 많은 일을 하지 못해서 직접 평가하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의 공약을 근거로 얘기하면 현 정부는 복지와 민생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사회복지에 국가 재정을 얼마나 많이 투입하느냐에 따라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영향이 있더라도 현재 재정 건전성은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지표에 영향을 주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은.
“올해 성장률은 3%에 못 미치고, 내년에는 3%를 약간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에는 긴장이 완화되며 성장세가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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