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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드라이버' 오프닝부터 반해버릴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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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감독·각본 에드가 라이트 | 출연 안셀 엘고트, 케빈 스페이시, 릴리 제임스, 존 햄, 제이미 폭스, 존 번탈, 에이사 곤살레스 |촬영 빌 포프 |편집 폴 마클리스, 조나단 아모스 |의상 코트니 호프만| 음악 스티븐 프라이스 |장르 액션, 범죄, 스릴러 |상영 시간 113분 |등급 15세 관람가

[매거진M] '베이비 드라이버' 영화 리뷰

★★★★

[매거진M] 빨간색 스바루 WRX 한 대가 빌딩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운전석에 앉은 베이비(안셀 엘고트)가 이어폰을 꽂은 채 아이팟에 담긴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젼의 ‘벨바텀스’를 플레이한다. 화면 가득 절도 있는 전주가 흐르자 3명의 강도단이 각을 잡고 차에서 내려 은행으로 들어간다. 배우들의 모든 움직임은 ‘벨바텀스’의 박자와 리듬에 딱딱 들어맞는다.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드럼 비트가 서서히 빨라지자 은행을 턴 강도단이 전속력으로 차로 돌아오고, 미끄러지는 기타 소리에 맞춰 대기 중이던 베이비의 질주가 시작된다. 엔진 소리, 바퀴의 마찰 소리, 경찰차 사이렌 소리까지 노래와 하나 되어 뒤섞인다. 6분간의 이 아찔한 오프닝 시퀀스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일전에 본 적 없는 리드미컬한 영화가 탄생했다는 것을.

‘베이비 드라이버’는 음악이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영화다. 도심 카 액션이 멋들어지게 펼쳐지는 케이퍼 무비인데, 이 영화를 추동하는 건 30여곡의 올드 팝이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노래를 먼저 선정하고 그 노래에 맞게 시나리오를 썼으며, 안무가에게 음악에 맞는 동선을 짜도록 했고, 배우들은 촬영 한 달 전부터 춤을 배우듯 동선을 익혔다.

'베이비 드라이버'

'베이비 드라이버'

주인공 베이비는 이명 현상을 잠재우기 위해 24시간 음악을 듣는다. 이 영화는 그가 선택한 플레이리스트(사실은 감독이 좋아하는)가 쉬지 않고 흐르면서 이야기를 진행 시킨다. 기발하고 신선하며 경쾌하고 흥겹다.

라이트 감독은 음악을 이야기에 간섭시켜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컷을 잘게 쪼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어붙여 리듬을 만드는 편집 또한 전매특허. ‘베이비 드라이버’는 이 실험들이 총집결해 마침내 꽃을 피운 영화다. 물론 서사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기본적으로 범죄영화지만, 여기에 성장과 로맨스를 자연스레 녹였다.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그가 잘하는 영국식 B급 병맛 코미디도 잘 이식시켰다. 괴팍한 유머는 박사(케빈 스페이시)가 이끄는 강도단원들이 이어받았고, 베이비와 연인 데보라(릴리 제임스)는 그의 전작들이 품고 있던 이상한 낭만성을 대변한다. 전작보다 다소 착해진 감은 없지 않으나 대중의 입맛에 더 잘 맞는 음식인 건 부정할 수 없겠다. 베이비를 연기한 안셀 엘고트도 눈여겨보자. 그가 이토록 가볍고 탄력있게 몸을 쓰는 배우였나,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파쿠르 액션을 하며 도심을 질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끝내준다.

TIP 영화에 수록된 30곡을 모은 OST는 이미 국내에도 발매됐다.

함께 보면 좋은 영화

‘드라이버’(1978, 월터 힐 감독)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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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도주 액션과 케이퍼 무비, ‘베이비 드라이버’의 중요한 레퍼런스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에드가 라이트 감독)

'새벽의 황당한 저주'

'새벽의 황당한 저주'

퀸의 노래에 맞춰 좀비를 때리는 장면을 주목하자.

‘안녕, 헤이즐’(2014, 조쉬 분 감독)

'안녕, 헤이즐'

'안녕, 헤이즐'

지금의 엘고트를 있게 한 로맨스 영화.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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