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몸 낮춘 김상조...'이해진 관련 발언' 재차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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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틀 연속 머리를 숙였다. 자신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비판 발언에 대해 포털사이트 ‘다음’의 이재웅 창업자가 “오만하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본인이)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며 (비판을)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7월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가맹분야 불공정 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7월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가맹분야 불공정 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관련 단체와의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논란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이 창업자가 정확하고도 용기 있는 비판해줬는데 감사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매서운 질책을 했는데 겸허히 수용하고 앞으로도 조언의 말씀 부탁한다”며 “공직자로서 더욱 자중해 시장의 경쟁질서 확립하고,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본연의 책무에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이 커졌지만 이번 일이 한국 ICT 산업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생산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정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재웅, 안철수 비판 겸허히 수용”

논란의 발단은 김 위원장이 최근 한 일간지와 했던 인터뷰였다. 인터뷰 중 김 위원장은 이해진(50)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며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인터뷰에서 “잡스는 독재자 스타일의 최고경영자(CEO)였지만 미래를 봤고,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를 미워했지만 존경했다. 네이버 정도의 기업은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 GIO는 그런 일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 GIO를 거론한 것은 최근 공정위가 네이버를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하면서 그를 ‘총수(동일인)’로 지정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GIO는 네이버의 ‘준(準)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 달라”며 공정위를 직접 방문해 요청하기도 했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왼쪽)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중앙포토]

이재웅 다음 창업자(왼쪽)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중앙포토]

이에 대해 이 GIO와 함께 대표적인 1세대 인터넷 기업인으로 꼽히는 이재웅 창업자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 창업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상조 위원장이 지금까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고,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논란이 커지자 ‘오만하다’고 했던 표현과 관련해 ‘김상조 위원장의 표현도 부적절했지만 (오만하다는) 내 표현도 부적절했다’고 수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11일에는 인터넷 기업가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김 위원장은 ‘이 GIO가 스티브 잡스처럼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절하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스티브 잡스와 같다’고 아부했다”며“정치가 기업과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함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어 “20년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우리나라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한 적이 있다. 지금 수준이 한 단계씩 높아졌다고 해도 삼류가 일류를 깔본 셈”이라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논란이 불거진 10일 “이 창업자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명심하고 자중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11일 재차 사과의 뜻을 피력했다.
 세종=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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