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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전술핵 입장 변화 없다”…北 폭주 막을 방법 없어 고심은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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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을 계속해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 “(전술핵 재배치를) 충분히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다음날인 지난 5일에도 청와대는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와 한ㆍ일 핵무장 용인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온 뒤인 10일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한국과 미국 정부 간에 전혀 논의된 적이 없다”며 “우리 정부의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술핵 도입 시 우리의 북한 비핵화 주장 명분이 상실된다”며 “동북아 전체로 핵무장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도 지난 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더라도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는 북한의 인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공포의 균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여권 핵심층의 주변부에선 전술핵에 관한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도운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지난달 12일 “전술핵 재배치로 공격 능력에서 핵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김성곤 전 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낸 이종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전ㆍ현직 중진 의원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여권에서조차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나오는 건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에서 드러났듯이 북한이 사실상 무기로서의 핵을 갖게 되면서 ‘한반도 비핵화’의 대원칙 역시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고민의 지점도 여기에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 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에서 보면 전술핵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대명제에 부합하게 된다면 얼마든지 입장 변화는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북한이 ‘레드라인(red lineㆍ한계점)’을 넘지는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게 되면 자위적 차원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검토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지난 6~7일 러시아 방문에서 드러났듯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원유 공급 중단 등 대북 제재에 협조할 뜻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을 제어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그동안 한국의 핵무장 반대론자들은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해 왔다”며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면 한국 정부는 치밀한 준비를 거쳐 생존 차원에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문제에 대해 미 행정부와 비공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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