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금 가격 고공행진 속, 주가·환율은 불확실성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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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호 19면

6차 핵실험 이후 금융시장

최근 금값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선 1온스당 1346달러로 이달 들어 2.2% 올랐다. 하루 빼고 상승세를 이어 갔다. 같은 기간 국내 금값도 3.6% 올라 1g당 4만9098원을 기록했다.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도발 우려가 나오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이 강세를 보인 것이다.

이번 6차 핵 실험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핵실험 다음날인 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19% 내린 2329.65로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달 11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이은 북한의 괌 포격 위협이 정점을 찍을 때 종가기준 1.69%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적은 낙폭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북핵 리스크가 반복되면서 시장에 내성이 생겼다고 분석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9차례 북핵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평균적으로 1.9% 하락한 뒤 5일 내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하는 ‘단기급락 뒤 급반등’ 패턴이 재현됐다”고 말했다.

원화가치 역시 달러 대비 급락했다가 주 후반으로 갈수록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9일 대신증권에 따르면 원화가치는 1127.5원으로 한 주 전보다 0.4% 하락했다.

하지만 낙관하긴 이르다. 북한발 지정학적 위험으로 외국인 순매도가 커지면 원화가치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수익을 내려는 수요가 늘 수 있다. 이번주(4~8일) 코스피 시장에선 기관이 7766억원어치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4448억원, 4813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번 북핵 리스크를 과거와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이후 일본과 미국이 사정권 안에 들어왔고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 갈 주체도 불분명하다”며 “수개월 누적된 북핵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일본 등 주요 해외 증시도 투자 불확실성으로 한 주간 하락세를 그렸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8일 종가기준으로 1만9274.8로 이달 들어 1.9% 떨어졌다. 미국 다우지수는 같은 기간 0.7% 하락한 2만1797.7을 기록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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