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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젠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끝장 제재’에 앞장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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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멕시코가 북한 핵실험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자국 주재 북한대사에게 추방명령을 내렸다. 영국과 덴마크도 북한대사를 불러 따졌고 아세안 10개 회원국 외교장관은 엄중한 우려를 표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제까지 75개 국가·국제기구가 북핵 규탄 대열에 동참했다. 북한의 핵 개발을 질타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거세지며 거대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문재인 대통령도 8일 이례적으로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한반도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바탕엔 북핵이 세계의 암 덩어리가 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과 시리아 간 생화학무기 커넥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북핵이 세계 각지로 새 나가 지구촌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걸 말해 준다.

북한 핵실험 응징 위한 제재 방안 11일 표결 #대북 원유 공급 중단 포함해 역대 최고 수준 #문 대통령, "사드는 최선" 이례적 입장문 내

이 같은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미국이 준비한 새 대북제재 방안이 비상한 관심을 끈다. ‘군사행동을 빼고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로 ‘북한의 국가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최고 수준’이란 말을 듣는다. 원유 공급의 전면적 중단이나 북한 노동자 송출 금지,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의 검색 등 그야말로 전인미답의 강력 제재 백화점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실명을 콕 집어 제재 대상에 포함한 건 파격이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은 중국 방문도 할 수 없다. 미국은 속전속결로 이 초안을 11일 표결에 부치겠다고 한다. 관건은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다.

중국과 러시아가 어느 정도 협력하느냐에 따라 제재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워낙 초강력 제재라 원안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제재의 키를 쥔 중국이 일정 부분 동의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기대를 낳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뒤 “시 주석이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한 것이나, 왕이(王毅 ) 중국 외교부장이 “추가 제재를 취하는 데 찬성한다”고 밝힌 점 등이 그런 바람을 갖게 한다.

시 주석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한다. 우리는 그 평화적 해결을 위한 선행조치로 최고 수준의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의 말도 듣지 않고 오로지 ‘핵(核)폭주’의 ‘마이 웨이’를 고집하는 북한에 군사옵션을 쓰지 않고서 브레이크를 걸려면 북한의 정신이 바짝 들 초강력 제재가 절대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제까지 미국과의 대결구도 속에서 북핵 문제를 봄으로써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노정했다. 이젠 나라 덩치에 맞지 않는 그런 소아적 시각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북핵은 인류의 안녕을 위협하는 흉기로 부쩍 크고 있다. 중·러는 더 이상 제재의 구멍이나 빈틈을 만들지 말고 오히려 이번이 ‘끝장 제재’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