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나갈래” 카탈루냐주…분리독립하려는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6일(현지시간) 카탈루냐주 의회에서 오는 10월 1일 스페인 분리독립 주민투표 법안이 가결된 뒤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카탈루냐주 의회에서 오는 10월 1일 스페인 분리독립 주민투표 법안이 가결된 뒤 의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페인 북동부의 카탈루냐 자치주(州)가 스페인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는 10월 1일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스페인 동북부 카탈루냐 자치주 #10월 1일 스페인 분리독립 주민투표 실시 #스페인 중앙정부 “불법이다. 위헌소송 낼 것”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카탈루냐주 의회는 이날 분리독립 주민투표 법안을 찬성 72표, 기권 11표로 통과시켰다. 앞서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 52명이 퇴장한 가운데 친(親)분리독립파 의원들이 법안 가결을 주도했다.

분리독립 주민투표 법안 투표 직전,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분리독립 주민투표 법안 투표 직전,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페인 정부는 “법적ㆍ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투표 효력을 막겠다”며 반발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정부 측 변호사에게 위헌 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즉각 제기할 것을 주문했고, 법무부는 이번 주민투표 법안 표결을 강행한 카르메 로카델 카탈루냐주 의회 의장에 대한 기소 방침을 정했다.

이번 분리독립 투표 법안에 따르면 카탈루냐주 의회는 주민투표에서 과반 이상이 독립에 찬성하면 48시간 이내에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수 있다.
카탈루냐주는 지난 2014년 11월에도 당시 주지사가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묻는 비공식 주민투표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약 80%로 찬성이 압도적이었으나 스페인 정부는 전체 투표율이 30%에 불과하다며 무시했고, 스페인 헌재는 주민투표를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번에도 카탈루냐주가 주민투표를 강행하더라도 스페인 헌재가 ‘위헌’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카탈루냐의 주도는 바르셀로나다.

카탈루냐의 주도는 바르셀로나다.

그럼에도 카탈루냐가 끊임없이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이유는 뭘까.
카탈루냐는 인구 750만 명으로 스페인 전체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부유한 지역이다. 북쪽은 피레네 산맥을 경계로 프랑스가, 동ㆍ남쪽은 지중해에 접해 있다. 세계적인 관광도시 바로셀로나가 주도(主都)다.

카탈루냐는 1714년 스페인에 병합된 이래 스페인 중남부와는 문화ㆍ역사ㆍ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줄곧 독립을 요구했다. 이런 요구에 스페인 정부는 1970년대부터 제한적인 자치권을 부여하며 달래왔다. 카탈루냐는 현재 정책ㆍ교육ㆍ의료 부문에서 자율성을 갖고 있다.

과거에도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요구가 꾸준히 있어왔다. 카탈루냐주는 스페인 국기와 별도로,빨간색과 노란색 가로 줄무늬의 자체 깃발도 갖고 있을 정도다.

과거에도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요구가 꾸준히 있어왔다. 카탈루냐주는 스페인 국기와 별도로,빨간색과 노란색 가로 줄무늬의 자체 깃발도 갖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스페인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카탈루냐에 세금을 더 부과하는 등 재정 분담이 커지자 분리독립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카탈루냐 주민들은 국가에 내는 세금에 비해 자신들이 혜택을 덜 받고 있으며, 스페인 경제가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스페인 정부는 재정 상당부분이 카탈루냐주 세금으로 충당되다보니 분리독립에 결사반대 입장이다.

지난 7월 말 카탈루냐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분리독립 찬성이 41.1%, 반대가 49.4%로 반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주 조사에선 투표율이 50%를 넘을 경우 찬성이 72%로 치솟을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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