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율 떨어지고, 이혼율 치솟고…中도 저출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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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밀고 있는 중국 여성들. [중앙포토]

유모차를 밀고 있는 중국 여성들. [중앙포토]

 중국에서 혼인율이 낮아지고 이혼율이 증가함에 따라 중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혼율, 지난해 동기 대비 10.3% 증가 #전문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 높아진 것이 영향 미쳐" #각 지방 정부, 이혼숙려기간 도입 등 대책 마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중국 정부 통계를 인용해 인구 1000명당 혼인율이 2013년 9.92%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8.3%까지 낮아진 반면 이혼율은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지난해 이혼한 부부는 총 420만 쌍으로 2015년 384만 명보다 8.3% 늘었다. 이혼율은 올해에도 크게 증가해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해 상반기보다 10.3% 많은 190만 쌍이 이혼했다.

이에 따라 2006년 1.46%에 지나지 않았던 인구 1000명당 이혼율은 지난해 3.0%로 2배 이상 높아졌다. 반면 지난해 혼인한 부부는 1140만 쌍으로 2015년보다 6.7% 줄어들었다.

충칭시 충심 번화가인 해방비(解放碑)부근. 중국 어린이의 모습. [중앙포토]

충칭시 충심 번화가인 해방비(解放碑)부근. 중국 어린이의 모습. [중앙포토]

사회학자인 샌디 토 신치는 "여성들이 갈수록 불만족스러운 결혼을 참지 못하는 경향을 나타내면서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더는 의존하지 않게 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혼인율 하락과 이혼율 상승이 저출산으로 이어지면서 노동 인구 감소라는 악재까지 일으키고 있다. 경제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15∼60세 인구는 2012년 9억37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9억1100만 명으로 감소했다. 노동인구가 줄어들면 경제성장률의 하락도 피하기 어려워진다.

중국 당국은 전방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지방 법원들이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와 관련된 사안 등을 다룰 때 혼인 유지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상하이시와 쓰촨(四川)성, 허난(河南)성 등은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이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냉각 기간을 갖도록 하는 '이혼 숙려기간' 제도를 도입했다. 광둥(廣東)성 중샨(中山)시는 이혼을 신청하는 부부들이 반드시 '이혼 중재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가족은 사회의 핵심 단위이며,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을 가질 때 사회는 안정되고 조화로워질 것"이라며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강조했다. 중국의 청년 단체인 공산주의청년단도 혼인율 제고를 조직의 당면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젊은 남녀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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