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신(神)이 아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공격축구로 정면승부를 해보고 싶다."
긴급 소방수로 투입돼 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신태용(47)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타슈켄트의 한 식당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소감이다.
이날 국내 한 매체는 '대표팀이 본선행이 확정되기 전에 신 감독 헹가래를 쳤다'고 보도했다. 신 감독은 인터뷰에 앞서 "본선행이 확정되기 전에 아시아축구연맹에서 급하게 요청해 플래시 인터뷰를 했지만, 확정된 뒤에 헹가래를 쳤다. 없는 말을 만들어서 쓰면 안된다"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인터뷰 직전에는 한 국내 언론사가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감독이 "한국 국민들이 원한다면 국가대표를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신 감독과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 계약기간을 존중한다"고 신임을 확인했다.
-이란과 9차전에 긴장한 표정이었다. 국가대표 감독직이 부담스러웠던건가.
"이란전이 잘못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대표팀 감독은 무거운 자리란걸 느꼈다. 선수와 감독 시절을 포함해 이란, 우즈베크전은 가장 힘든 2경기였다. 통과하면 모든게 기쁠줄 알았는데, 러시아 월드컵을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다."
-본선 진출권을 따냈지만 축구팬들의 비난이 거세다.
"축구란게 급하다고 협회 예산 절반을 투자해서 성적을 낼 순 없는거다.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는게 인생이다. 슈틸리케 전 감독님은 2년반 동안 지휘했다. 신태용이 왔다고 하루아침에 바뀐다는건 있을수 없는 일이다. 이란의 케이로스 감독처럼 장기간 맡으면 모르겠지만, 한국축구에서 오랜시간 자기색깔을 입히기는 제한적이다."
-올림픽,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 시절과 다른점은.
"만약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면 한국축구의 앞날이 가장 걱정됐다. 제 축구인생도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성적을 못내면 갈데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압감이 가장 힘들었던거 같다."
-A매치 경험이 없는 김민재를 중용했다.
"자랑을 한 번 해야될 거 같다(웃음). 사실 전북 경기보러 갔을때도 김민재를 관찰했다. 김민재 옆에 누굴 세울지 고민했다. 김영권에게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민재를 컨트롤해달라고했는데, 나중엔 민재가 영권이를 컨트롤하고 있더라. 나 참 어이가 없어서."
-한국축구가 원정경기에서 부진했다.
"시리아와 원정 2차전부터 말리기 시작했단거 같다. 만약 우리가 그때 시리아를 잡았다면 슈틸리케 감독이 계속 계시고, 제가 이 자리에 있지도 않겠죠."
-이런식으로 월드컵에 가봤자 경기력 나쁠 것이란 지적이 있다. 본선에서 공격축구를 할것인가.
"난 대표팀을 소집해 짧게는 사흘, 길게 열흘간 훈련을 했다. 난 신이 아니다. 성은 신이지만(웃음). 결과 가져와서 천만다행이지만 이제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한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도 독일 등을 세계 톱클래스팀을 상대로 우리도 충분히 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비하다가 축구를 끝내지는 않을거다. 제가 좋아하는 공격축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김민재처럼 깜짝할 놈들이 더 나오면 정면승부 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 강호와 원정 평가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슈틸리케 전 감독님처럼 훨씬 떨어지는 팀과 경기를 하면 보기좋을 수 있다. 하지만 난 깨지더라도 좋은팀과 붙어서 맞받아치면 부족했던 점을 만들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에 나가서 강팀과 했으면 좋겠다. 사실 10월 A매치 일정 밖에 모른다. 여기서 잘못되면 그만둘려고 마음 먹었다. 그다음은 생각안했다."
-월드컵이 9개월 밖에 안남았다.
"팬들이 70%는 국가대표팀만 응원하고, 30%는 K리그 응원한다. 뿌리인 K리그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님은 1년 전 너무 힘든 시기에 맡았다. 다행히 난 대표팀 코치와 연령별 감독을 지내면서 선수들을 파악하고 있다.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경험을 쌓으며 발전해야한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은 등지고 돌파는 좋은데 헤딩할때 타점이 안되더라. 나도 선수들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선수 시절 월드컵 못나가봤는데, 감독으로 월드컵에 첫 출전하게됐다.
"사실 실감이 잘 안난다. 어제 이동국, 염기훈, 이근호 고참들하고 가볍게 호텔에서 맥주 한잔했다. 힘든시기에 동국이가 먼저 내려놓고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고마웠다. 한국 들어가서는 월드컵 한번 가보는구나 생각이 들것 같다. 첫 월드컵이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대박날 수 있도록하겠다."
-월드컵 준비과정에서 가족들과 연락을 했나.
"가족은 물론 지인들과도 일체 연락을 안했다. 한국에서 수도없이 연락이 왔지만 한통도 받지 않았다. 사생결단으로 왔다. 사실 전화비가 분당 몇천원이라서 비싸더라(웃음)."
-한국에 돌아가면 뭐가 가장하고 싶나.
"아직 생각 안해봤다. 지인들과 좋아하는 골프를 치고 싶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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