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와 협상 결렬 … 금호타이어 매각 다시 원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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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에 대한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결국 무산됐다.

채권단, 인수 가격 인하 제안 거부 #금호타이어에 자구계획 제출 요구 #실적 악화로 ‘워크아웃’까지 거론

5일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주주협의회를 열어 주식매매계약(SPA) 해제 합의서를 더블스타에 송부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가 추가 가격 조정 등 채권단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더블스타는 지난 7월부터 회사 실적 악화를 이유로 인수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구해 왔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상반기 55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 상반기에는 507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더블스타가 채권단과 맺은 계약서 상에는 매매계약 종결 시점(9월 23일)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감소하면 매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는 조항(워크 어웨이)이 담겨 있다. 판단 시점까지는 보름여 남긴 마당에 상황이 바뀌긴 어려운 실정이다.

더블스타는 8월 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원래 매매 대금인 9550억원에서 1550억원을 깎은 8000억원을 인수 가격으로 제시했다.

채권단은 가격을 깎아주는 대신에 ▶5년(당초 2년)간 구조조정 금지 및 고용보장, ▶노조와의 협의체 구성, ▶국내 사업 유지 및 신규 투자 등 회사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조치 사항 등을 더블스타 측에 요구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으로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대량 해고가 잇따를 것을 우려하는 호남·광주 지역 여론과 노동조합 등의 입장을 반영해 협상에 나섰다.

그런데 막상 협상장에 나선 더블스타는 채권단의 요구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실적 악화의 주범이 중국 사업 부진에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중국업체인 자신들뿐이니 더 세게 나와도(가격을 더 깎아달라고 해도) 괜찮다고 더블스타가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블스타는 3분기 실적도 좋지 않으면 1550억원 외에 800억원을 추가로 깎거나 매매계약을 해제할 권리를 요구해 왔다.

만약 채권단이 더블스타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 채권단이 손에 쥐는 돈은 원금 회수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든다. 채권단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돈이 너무 많다. 일단, 금호산업에 내주는 상표권료 차액 보전금액 2700억원이 있다. 2심에서 승소한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이 대법원에서 패소하는 등 우발채무가 발생하면 채권단은 최대 약 1550억원을 추가로 물어줘야 한다. 여기에 당초 요구한 1550억원 외에 800억원을 추가로 깎아주면 최종적으로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팔아 손에 뒤는 돈은 2950억원으로 줄어든다.

이날 채권단이 더블스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지난 3월 체결한 SPA는 해지됐다. 다만 채권단의 서면 결의일은 오는 8일이며, 만약의 경우 더블스타가 매매계약 해제 합의서를 받지 않고 원래의 계약 조건(매매가격 9550억원)을 이행하겠다고 하면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의 품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채권단은 아울러 금호타이어에 현재의 경영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자구 계획을 제출하기로 요구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구계획을 제출하지 않거나 주주협의회에서 계획안을 부결할 경우, 현 경영진(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더블스타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매각협상을 중단하면서 금호타이어는 안도와 불안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일단 중국 더블스타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크아웃설·채권회수설 등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특히 상반기 영업손실(50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하는 등 실적이 악화하면서 채권단이 워크아웃 카드를 꺼내는 상황을 우려한다. 워크아웃에 돌입할 경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을 일부 정리하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채권단이 최대주주인만큼 쉽게 워크아웃을 결정하지는 못할 수 있다는 예측도 존재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번 협상에서 어떠한 권한도 없기 때문에 공식 입장을 내놓을 처지가 아니다”며 “채권단 공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란·문희철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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