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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여성단체, 생리대 성분 규명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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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월경은 할지말지를 선택할 수 없는 일이며, 생리대는 40년 동안 생활 필수품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생리대는 여성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기본 인권이다.'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가 낭독한 성명서 내용 중 일부다.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여성환경연대는 이날 연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외에도 전 성분을 조사함으로써 생리대 유해성분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환경연대가 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생리대 유해성분 전수조사와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 기자회견을 마치고 누워서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여성환경연대가 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생리대 유해성분 전수조사와 역학조사를 촉구하는 '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 기자회견을 마치고 누워서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일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종에 대한 1차 생리대 전수조사 결과를 이달 말 발표하고 76종에 대한 2차 전수조사는 올해 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성환경연대는 "해외 보고서에 따르면 일회용 생리대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 뿐 아니라 다이옥신·퓨란·잔류 농약·향류 등이 검출될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즉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해물질 전성분 조사'와 철저한 '역학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시험'을 통해 이 문제를 최초로 공론화 했던 김만구 강원대 교수가 참석했다. 식약처는 4일 이들의 시험보고서와 유해물질이 검출된 생리대 명단을 공개하며 "김 교수의 시험은 연구자 간에 상호 객관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시험 결과 중에 일부 편차가 큰 데이터들이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환경부와 한국공기청정협회, 친환경건축자재 심의위원으로 10년 넘게 활동하며 공인시험기관을 관리하고 있다. 공인시험 방법이라고 하는 것도 저와 같은 분석과학자가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 국가 표준을 세우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리대 물질 시험은 국제표준기구(ISO) 분석방법으로 한 것이다. 식약처에서 원한다면 한국분석과학회 주관 하에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국내 생리대 시장 1위 업체인 유한킴벌리가 이번 연구비를 후원해 특정 업체(릴리안)만을 표적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여성환경연대가 소셜펀딩으로 마련한 220만원으로 연구를 시작했고 학생들도 시민환경운동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실험에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일회용 생리대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제보자 A씨도 이날 회견 자리에 나와 "식약처는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과 모든 생리대를 조사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언어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발언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생리대를 몸에 붙이고 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벌였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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