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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역대최대 규모 핵실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은 3일 강행한 6차 핵실험을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단계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매우 의의있는 계기”라고 주장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핵실험 3시간 뒤 발표한 성명에서 “대륙간 탄도로케트(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의 완전성공은 우리의 주체적인 핵탄들이 고도로 정밀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핵전투부(탄두)의 동작믿음성(신뢰성)이 확고히 보장됐다”며 “핵무기 설계 및 제작기술이 핵탄의 위력을 타격대상과 목적에 따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핵실험을 수소탄시험(실험)이라고만 했을 뿐 위력이나 핵실험에 사용된 원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상청 등 정부당국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의 규모를 5.7로 파악했다. 이는 지금까지 여섯 차례 실시한 북한의 핵실험 중 가장 큰 규모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때는 3.9, 2차(2009년 5월)와 3차(2013년 2월) 핵실험에서는 각각 4.5와 4.9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1월과 9월에는 4.8과 5.04였다. 북한이 북부핵시험장이라고 밝힌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실시한 핵실험이 횟수를 거듭하며 폭발 위력이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6차 핵실험 직후 파악된 인공지진의 규모(5.7)로 봤을 때 이번 핵실험은 다이너마이트(TNT) 50㏏~120㏏(1㏏=1000t) 가량의 위력을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77년 이리 기차역에서 발생한 폭발이 다이너마이트 40t 가량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실험이 최소 이리역 폭발 사고때보다 최소 1250배 이상의 폭발력을 보인 셈이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때 TNT 8~12㏏ 정도의 폭발 위력으로 추정했던 정부도 6차 핵실험의 규모를 10배 가량 강한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정밀분석중”이라며 “초기형이긴 하지만 수소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6차 핵실험 실시 전인 이날 새벽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핵무기연구소 현지지도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 나타나는 개념도에는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라는 글귀가 나온다. 북한은 이날 핵무기연구소 성명에서도 "ICBM장착용 핵실험"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이날 핵실험은 실전용 탄두를 실험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성명 대로라면 북한의 핵무기 능력은 고도화를 넘어 위력이 가장 큰 수소탄 제작 완성단계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5차 핵실험 이후 359일 만에 플루토늄(PU)이나 고농축우라늄(HEU) 등 핵물질의 분열을 이용하는 원자탄 개발을 마치고 증폭핵분열탄이나 수소폭탄으로 넘어가는 단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원자폭탄은 플루토늄이나 HEU 등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핵물질이 동시에 핵분열을 일으키도록 해 강력한 폭발력(핵폭풍, 고열, 고압 등)을 일으키는 무기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이 원자폭탄이다. 여기에 리튬-6나 중수소, 삼중수소 등 핵융합 물질을 더해 분열한 핵물질이 융합하도록 순식간에 2차 폭발을 일으키도록 하는 게 수소폭탄이다.
 원자탄이 별도의 기폭장치를 통해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라면, 수소폭탄은 원자탄 자체가 기폭장치가 되는만큼 수소폭탄의 위력은 원자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원자탄과 수소폭탄의 중간쯤 되는 게 증폭핵분열탄이다. 일각에선 50㏏ 정도로는 수소폭탄의 위력으로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수소폭탄의 경우 400㏏이상의 위력을 보여야 하는게 맞다”면서도 “그러나 옛 소련 등에서는 증폭핵분열탄부터 수소탄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3년 옛 소련이 400㏏의 폭발력을 보였던 슬로이카(SLOIKA) 방식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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