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심리전단 몰랐다는 원세훈 … 녹취록선 “심리전단이 좌파 차단 앞장”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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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고법이 30일 파기환송심에서 원세훈(66)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데는 그가 부서장회의 등에서 한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전(全) 부서장회의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사실상 (선거 관여) 활동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판결 근거 된 파일 입수

검찰이 증거로 제출해 재판부 판단의 근거가 된 녹취록을 중앙일보가 입수했다. “심리전단의 활동 사항을 잘 몰랐다”는 원 전 원장의 주장을 재판부가 외면하게 만든 자료들이다.

2009년 12월 18일자 전 부서장회의 ‘모두 말씀’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심리전단 같은 데서도 심리전도 하고 그렇게 해서 지금 좌파들이 국정이 앞으로 잘 가는 것을 발목 잡으려는 것을 여러분들이 차단시키는 것에 더욱 앞장을 서주기 바라요”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2014년 7월 법정에서 “심리전단 직원들의 업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그 뒤로도 줄곧 ‘댓글 달기’ 등의 심리전단 활동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12년 4월 20일자 전 부서장회의 녹취록에는 원 전 원장이 “우리 원에서도 하지만 지부에서도 심리전 12국하고 다 연결돼서 하고 있지요. 심리전이라는 게 대북심리전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심리전이 꽤 중요해요”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심리전 12국’은 심리전단을 부르는 국정원 내부 용어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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