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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귀환, 볕 드는 코스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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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코스피 그늘에 가려 있던 코스닥 시장에 조금씩 볕이 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18%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6%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카카오가 코스피로 떠나는 등 악재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자금 흐름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코스피 종목을 파는 대신 코스닥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

7월부터 두 달간 3300억 순매수 #코스피는 2조2900억 팔아치워 #한반도 위기, 통화정책에 덜 민감 #실적 기대 큰 제약·IT 쓸어담아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두 달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 종목을 2조29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북한 발(發)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돼서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코스닥 종목을 33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두 달 동안 외국인이 많이 산 코스닥 업종은 제약·바이오 및 반도체 등 전기·전자(IT)에 쏠려 있다. 셀트리온(866억원)의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고 오스템임플란트(582억원), AP시스템(503억원), 휴젤(50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외면받았던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일단 실적 기대감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사 실적은 코스피 못지않게 개선되고 있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3분기 들어 코스피 상장사 이익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확산하면서 스포트라이트가 코스닥 쪽으로 향했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 상장사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당기 순이익을 발행주식 수로 나눈 것) 증가율이 지난달을 기점으로 코스피를 앞질렀다”며 “ 코스닥의 이익 증가율 개선 속도가 코스피보다 빨라졌다 ”고 말했다.

지금까지 나온 정부 정책도 내수주가 많은 코스닥에 우호적이다. 지난달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대체공휴일 확대, 의료산업 해외진출 지원,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등이 담겼다. 반대로 대형주에는 상대적으로 비우호적이다. 초대기업의 법인세율 인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그밖에 8·2 부동산 대책(건설주)과 통신비 25% 인하책(통신주)이 나왔을 때도 코스피에 편입된 관련 대형주는 휘청거렸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달 세법 개정안 초안이 나왔을 때 대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는 위축된 반면 중소형주의 상대 강도가 개선되기 시작했다”며 “국내 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되는 3분기는 그동안 부진했던 코스닥 기업이 재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코스닥 시장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정학적 위험과 통화정책 등 주요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서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장은 “소형 코스닥 상장사들과 홍콩 등 해외 기업설명회(IR)를 가면 시장 규모보다는 개별 기업 실적 및 성장가능성만 보고 수천억원씩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추세가 완전히 코스닥 쪽으로 기울었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제약바이오·IT 등 특정 업종 쏠림이 심하고 개인 투자자가 많아 변동성이 큰 구조적 한계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코스닥에 대한 관심은 (대형주에서의) 순환 흐름으로 보이는데, 빠른 대응이 가능한 투자자라면 다음달까지 코스닥을 담았다가 기대 수익이 높은 대형주에 편승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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