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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 '유랑 서커스' 돌고래가 자연 수명 8분의 1밖에 못 사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인도네시아 유랑 서커스단의 돌고래가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수조에서 건져져 전용 들것에 실려 있다. [자카르타동물구호네트워크(JAAN)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유랑 서커스단의 돌고래가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수조에서 건져져 전용 들것에 실려 있다. [자카르타동물구호네트워크(JAAN)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인도네시아의 유랑 서커스단에서 사육되고 있는 돌고래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돌고래쇼를 하는 유랑 서커스단이 남은 곳은 세계에서 인도네시아 단 한 곳뿐이라고 한다.

28일 인도네시아 동물보호단체인 자카르타동물구호네트워크(JAAN)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선 현재 92마리의 돌고래가 영리 목적으로 길러지고 있다. 이 돌고래들은 대부분 어부에게 포획된 야생 돌고래들이다. 수개월 동안 묘기를 배운 뒤 유원지나 호텔 등에 팔려 관광상품이 된다.

특히 JAAN는 유랑 서커스단에 팔린 돌고래들을 문제로 지적한다. 유랑해야 하는 탓에 서커스단이 이동할 때마다 돌고래들은 특수 들것에 실려 짧게는 10시간에서 20시간씩 차에 탄다. 이동 시에는 피부 건조를 막기 위해 버터나 바셀린 등이 돌고래 몸에 발라지기도 한다고 JAAN 관계자는 주장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돌고래들은 직경 10여m 크기의 수조에 들어간다. 묘기를 부리라는 지시에 더욱 순응하도록 먹이도 주지 않고 굶겨진다. 또 염소로 소독한 소금물 때문에 피부병에 걸리거나 실명하는 돌고래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수난에 인도네시아 유랑 서커스에서 사육하는 돌고래의 평균 수명은 5년 전후로 자연 수명(40년)의 8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환경삼림부밤방다호노아지생물다양성 보전 국장은 최근 싱가포르 매체 채널뉴스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에선 돌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해 많은 돌고래가 어부에게 잡혀 죽고 있다"며 "돌고래 쇼는 대중에게 돌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전파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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