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8) 한반도 뒤흔든 '큰 불' 껐지만 '잔불'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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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5.8의 강한 경주 지진으로 무너져내린 기와. [중앙포토]

규모 5.8의 강한 경주 지진으로 무너져내린 기와. [중앙포토]

한반도 최대였던 규모 5.8의 9·12 경주지진이 생긴 지도 어언 1년이 지났다. 경주지진은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너무나도 생생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때마침 이웃 나라 중국 쓰촨성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8월 8일)해 많은 인명(사망 19명, 부상 217명)과 재산 피해를 남기며 지진 공포를 더해주고 있다.

‘9·12 경주지진’ 1년 지났지만 632회 여진 발생 #일부선 규모 7 이상의 강진 발생 가능성 주장

“금일에는 규모 2.0 이상의 자연지진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8월 24일 기상청 홈페이지 지진 메뉴를 클릭했더니 이런 안내문부터 눈에 들어왔다. 전에는 볼 수 없었는데 경주지진 이후 이렇게 달라졌다. 9·12 지진의 여진 상황도 별도의 괄호 속에 넣어 알려주고 있다. 경주 여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경주 여진은 '현재진행형'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지진체험장을 찾은 6~7세 원아들이 규모 5.0의 지진상황이 시작되자 황급히 책상 아래로 대피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지진체험장을 찾은 6~7세 원아들이 규모 5.0의 지진상황이 시작되자 황급히 책상 아래로 대피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주 여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반도를 한번 쥐고 흔들었던 큰 불(본진)은 꺼졌지만, 잔불(여진)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경주 여진은 지난 1년 동안 무려 632회나 발생했다. 8월 24일 현재까지 여진은 규모 4.0~5.0 미만 1회, 3.0~4.0 미만 21회, 1.5~3.0 미만 610회 발생했다.

규모 4.0~5.0 미만의 지진은 방안 물건이 흔들리는 게 뚜렷이 관찰되지만 심각한 피해는 없는 단계다. 3.0~4.0 미만은 진동은 자주 느끼지만 피해는 잘 입지 않는 단계다. 1.5~3.0 미만은 진동을 거의 못 느끼는, 지진계에 의해서만 탐지되는 단계다.

지난해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모두 252회로 2015년 44회에 비해 5.7배로 증가했다. 경주 여진의 영향이 컸다. 올해 들어서도 8월 24일 현재까지 규모 2.0 이상 지진이 모두 102회 발생했다. 역시 경주 여진의 영향이 커 이미 최근 5년 연 평균(59회)의 1.7배에 이르고 있다.

지난 38년간 국내 지진 발생 추이. [자료 기상청]

지난 38년간 국내 지진 발생 추이. [자료 기상청]

기상 당국은 9·12 경주 여진 중 규모가 비교적 큰 여진은 감소추세가 뚜렷하지만 규모가 작은 여진은 여전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히고 있다. 경주 지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여진은 계속되겠지만 여진 규모는 더 커지지 않을 것”이란 진단을 많이 내놓는다. 9·12 지진으로 지하의 해당 단층이 깨져 있는 만큼 규모 5.0 이상의 큰 지진 발생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얘기다. 이미 발생한 본진과 여진에 의해 해당 단층의 응력(땅에 쌓이는 힘)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것.

문제는 경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강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진학자들은 한반도에서 이론적으로는 규모 7.4까지의 강진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규모 9.0), 작년 4월 구마모토 강진(규모 7.3) 등 일본에서 잇달아 발생했던 큰 지진이 한반도 여러 단층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편다.

경주 이외의 지역에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다.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지진의 진앙 분포도는 그것을 한층 더 잘 설명해 준다. 4.0 이상의 주목할 만한 지진이 한반도 여러 곳에서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지난 38년간 국내 지진 진앙분포토. [자료 기상청]

지난 38년간 국내 지진 진앙분포토. [자료 기상청]

지진은 화산·태풍 등과 함께 인류가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 자연 재해에 속한다.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아직도 깊은 땅속의 지진 움직임만큼은 예측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지진 이후의 연구는 수없이 이뤄지고 있지만 예보는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그 결과 닥치면 별 수 없이 당하고 마는 게 지진 피해다.

경주 지진 후 내진 설계 의무 대상 건물 확대, 공공시설물의 내진율(현재 43.7% 수준) 제고, 유치원과 초·중·고교 등 학교의 내진 강화, 지진 발생의 급소인 활성단층 조사 확대 등 대책이 강구되고 있긴 하다. 경상북도에서는 경북 동해안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진 대비 교육·훈련 강화해야 


경주지진 1년을 맞아 9월 7~8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9·12 지진 이후 1년, 지진방재대책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의 국제세미나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다.

시민들의 지진대비 훈련요령 숙지와 지진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실제 대피 훈련이다. [중앙포토]

시민들의 지진대비 훈련요령 숙지와 지진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실제 대피 훈련이다. [중앙포토]

지자체나 공공기관, 학교 등지에서는 지진대비 훈련이 이전보다 자주 열리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우리나라 지진 대책은 아직 지진 강국인 일본 등에 한참 못 따라 간다. 지진 대비 인프라 확충도 서둘러야겠지만, 우선 지진 대비 훈련이나 교육부터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진의 공격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개인들도 평소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지진 대비법을 잘 숙지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지진 발생 시 행동 요령(행정안전부 권고)

▷튼튼한 탁자 밑에 들어가 몸을 보호한다. 크게 흔들리는 시간은 길어야 1~2분이다.
▷가스와 전깃불을 차단하고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한다.
▷불이 나면 침착하고 빠르게 끈다.
▷집·일터에서 나갈 때는 발 보호가 가능한 신발을 신고 이동한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을 통해 건물 밖으로 대피한다.
▷담장·유리창이 파손돼 다칠 수 있으므로 건물 담장과 떨어져 이동한다.
▷운동장이나 공원 등 넓은 공간으로 대피한다.
▷라디오·공공기관 안내 방송 등 올바른 정보에 따라 행동한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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