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웨더 리뷰] 장기전과 접근전...50번째 필승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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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그리거를 KO로 꺾은 메이웨더(왼쪽). SPOTV NOW 캡처

맥그리거를 KO로 꺾은 메이웨더(왼쪽). SPOTV NOW 캡처

이번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40·미국)가 마지막 싸움에선 앞으로 나아가며 승리를 움켜쥐었다.

격투기 선수 맥그리거 상대로 장기전 전략 세워 #4라운드까지 탐색전 펼친 뒤 중반에 주도권 잡아 #아웃복싱으로 일관했던 2014년 파키아오전과 달라 #메이웨더 "모든 게 계획대로다. 내 인생 마지막 싸움"

메이웨더는 2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격투기 스타'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와 수퍼웰터급(69.85㎏) 복싱 경기에서 10라운드 1분5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메이웨더는 50전 전승을 이어가며 록키 마르시아노(49연승)을 넘어 역대 최다 연승 신기록을 세웠다. KO승은 27번째.

5체급을 석권한 메이웨더는 데뷔 초엔 힘있는 주먹을 뽑냈다. 하지만 체급을 올린 커리어 후반엔 주로 아웃복싱 스타일로 싸웠다. '한방'에 쓰러지는 것보다는 탁월한 방어능력을 앞세워 승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14년 매니 파키아오(39·필리핀)와 펼친 '세기의 대결'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메이웨더는 뒤로 빠지면서 파키아오의 주먹을 피하고 잽과 스트레이트를 적중시켜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맥그리거는 격투기에선 최고의 실력을 뽐냈지만 복싱 경험이 없다. 격투기 경기 시간은 25분(5분, 5라운드)로 36분인 복싱(3분, 12라운드)보다 짧다. 게다가 맥그리거는 UFC에서 상대를 주로 초반에 물리쳐 경기 평균 시간은 8분 정도에 불과했다.

메이웨더는 장기전 경험이 없는 맥그리거를 상대로 초반엔 탐색전을 펼쳤다. 대신 무턱대고 도망가진 않았다. 맥그리거가 몰아칠 땐 방어를 하며 웅크렸지만 앞으로 나아가며 거리를 좁혔다. 팔길이가 긴 맥그리거가 원하는 거리에서 싸우지 않기 위해서였다. 격투기 해설가로 이날 중계에 참여한 김대환 해설위원은 "메이웨더가 이렇게 전진한 경기는 정말 오랜만이다"라고 말했다.

메이웨더의 전략은 100% 통했다. 맥그리거는 4라운드까지는 메이웨더를 코너에 몰아넣으며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결국 5라운드부터는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팔을 올릴 힘이 없어 안면 방어가 허술해졌고, 발도 느려졌다. 메이웨더는 맥그리거를 상대로 자신의 빠른 펀치를 마음껏 날렸다. 결국 충격이 누적된 맥그리거는 10라운드 중반 그로기로 몰렸고,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메이웨더는 경기 뒤 "맥그리거가 생각한 것보다 잘 싸웠다. 터프한 상대였다. 내 인생의 마지막 경기였는데 완벽한 댄스파트너였다"고 칭찬했다. 그는 "장기전을 준비했다. 상대가 초반에 힘있는 펀치를 날리게 한 뒤 후반에 이길 계획이었다. 예상대로 25분 이후부터는 체력이 떨어졌다. 절대 판정으로 승부가 나지 않게할 것이라는 약속을 지켰다"며 기뻐했다.

맥그리거는 경기가 끝난 뒤 메이웨더를 끌어안으며 승리를 축하했다. 맥그리거는 "초반에 잘 풀렸는데 메이웨더가 평정심을 잘 유지했다. 지쳐서 피곤했을 뿐 내 정신은 맑았다. 데미지가 쌓인 건 아니었다"며 경기 중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맥그리거는 UFC 복귀 의사를 밝혔다. 그는 "UFC로 돌아갈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 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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