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논란 큰 수능 개편, 1년 유예하고 재설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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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재 중3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교육부의 권역별 공청회 이후 의견차가 좁혀지기는커녕 혼란만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31일을 최종안 확정 발표 시한으로 못 박았다. 지난 10일 절대평가가 핵심인 개편 시안을 내놓더니 번갯불에 콩 굽듯 하는 것이다. 이에 교육계에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공약에 집착해 교육대계를 망치려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다.

교육부의 수능 개편 시안은 모순투성이다. 4개 영역(영어, 한국사, 통합사회·과학, 제2외국어·한문)만 절대평가하는 1안은 상대평가인 국어·수학·탐구영역의 풍선효과가 큰 문제다. 7개 영역 전체가 절대평가인 2안은 변별력 상실이란 치명적 단점이 있다. 특히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내신 점수를 따려고 옆자리 친구와 비인간적인 ‘죽음의 경쟁’이 벌어질 게 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 안 모두 수학의 문·이과 칸막이를 그대로 둬 통합교육 취지가 바랬다. 내년부터 필수가 되는 통합사회·과학도 학습 범위가 광범위해 벌써 사교육이 들썩인다. 어느 안이든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제3의 절충안은 없다”며 양자택일을 고집한다. 중3들의 고입이 시작된 데다 대입 3년 예고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그건 공약 집착증일 뿐이다. 수능 개편은 모든 학생·학부모의 관심사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론화하며 준비하는 게 필수다. 따라서 새 교육과정 적용과 수능 개편안 확정 시기를 1년간 동시에 유예하는 게 바람직하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영어 절대평가의 영향력을 따져 본 뒤 개편안을 다시 설계하자는 것이다. 검정 역사교과서 적용 시기도 2년 늦췄는데 못할 이유가 없다. 학생부종합전형과 내신 평가방식, 수업 혁신, 교원 연수 대책을 망라한 큰 그림도 필요하다. 백년대계를 촘촘히 보완하려면 1년도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