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도로서 마카레나 춤 춘 14세 소년 체포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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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경찰이 도로 횡단보도에서 1990년대 히트송인 마카레나에 맞춰 춤을 춘 14살 소년을 체포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사우디 경찰은 22일(현지시간) 해안 도시 제다의 도로 횡단보도에서 헤드폰을 끼고 춤을 춘 소년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소년이 춤을 추는 영상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이 소년의 이름과 국적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사우디 경찰은 그가 공공장소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벌였다. 차량 흐름을 방해한 것도 조사 이유라고 경찰은 밝혔다. 그가 정식 기소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45초 분량의 영상에서 이 소년은 줄무늬 반소매 티셔츠에 회색 반바지를 입고 횡당보도 중간으로 간 뒤 춤을 추기 시작한다. 5차선 도로에선 차량들이 보행 신호에 맞춰 정차해 있었다.
소년의 춤추는 영상이 공개되자 소셜 미디어에서는 “도로 한가운데에서 춤을 춘 제다 소년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영웅”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달 초 사우디에선 경찰이 압달라 알 샤하니라는 남성 가수가 무대 공연 도중 팔을 구부리고 얼굴에 갖다 대는 동작을 취했다는 이유로 체포했다가 석방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 가수는 사우디 남서부 도시 파이프에서 열린 음악페스티벌에서 공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에서는 약물 남용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춤을 추는 게 금지돼 있다.
사우디는 아랍 국가 중 소셜 미디어 사용이 활발한 국가로 매우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곤 했다.

모델 클루드가 짧은 치마와 상의를 입은 채로 활보하고 있다.

모델 클루드가 짧은 치마와 상의를 입은 채로 활보하고 있다.

 사우디에서는 최근 온 몸을 덮는 아바야를 입지 않고 유적지에서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걷는 영상이 공개된 여성을 경찰이 체포했다가 기소하지 않고 풀어줬다.
 당시에도 “복장 규정을 어겼으니 당장 체포하라”는 반응과 “살인을 한 것도 아닌데 체포하다니 외국 여성이었다면 몸매에 찬사를 보냈을 것"이란 옹호론이 맞섰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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