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했던 미군 74세로 숨져…아들, “아버지는 나라의 품에서 행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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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군사 분계선을 넘어 월북했던 일부 미군 중 마지막 생존자로 알려진 제임스 드레스녹이 지난해 11월 7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미국의소리(VOA), CNN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드레스녹 [사진=BBC 홈페이지 캡처]

드레스녹 [사진=BBC 홈페이지 캡처]

VOA는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인용해 드레스녹이 뇌졸중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홍순철’이란 이름을 쓰는 드레스녹의 아들은 방송에서, 생전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위대한 영도자 김정은 위원장에게 헌신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아들은 “아버지는 나라의 품에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고 CNN은 보도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출신으로 미군 제1기갑사단 소속 운전병이던 드레스녹은 스무 살이던 1962년,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탈영해 월북했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드레스녹은 납북된 것으로 짐작되는 루마니아 출신의 한 여성과 결혼했다.

이후 그는 북한 선전영화 ‘이름없는 영웅들’에 악역으로 출연하는 등 주로 미국을 나쁘게 묘사하는 데 동원됐다. CNN은 “북한에서 그는 체제 선전 목적으로 이용됐다”며 “아들들도 미국을 비난하는 영상에 출연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드레스녹의 사망 사실과 함께 북한의 외국인 납치에 관련해서도 보도했다. 방송은 “북한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외국인 납치로 악명을 떨쳤다”며 “남한 여배우 최은희와 그의 남편이자 영화감독인 신상옥도 납치됐고, 납북된 이들은 대부분 체제 선전에 동원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2002년 일본인 최소 17명을 납치한 사실을 인정하고 5명의 귀국을 허용했지만,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주지 않았다. 납북 피해자들은 군사적 목적으로 북한군에게 일본어 등을 가르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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