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 패트리엇 방어망 뚫는 확산탄 개발 … 화학탄 장착 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14일 김정은 위원장(왼쪽)이 전략군을 시찰하면서 둘러본 신형 확산탄 탄두부(네모선 안).

지난 14일 김정은 위원장(왼쪽)이 전략군을 시찰하면서 둘러본 신형 확산탄 탄두부(네모선 안).

북한이 한·미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기 위해 요격미사일의 최대 요격 고도보다 높은 상공에서 자탄을 쏟아 내는 방식(ERS·Early Release Submunitions)의 확산탄을 개발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또 확산탄의 자탄에 화학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도 드러났다.

요격 고도보다 높은 25㎞ 상공서 #작은 자탄들 쏟아내는 방식 #한국군 활주로·레이더 파괴 가능 #김정은 전략군사령부 시찰 때 #신형 확산탄 보이는 사진 공개

정보 소식통은 “북한은 한·미가 주력으로 배치한 패트리엇의 요격을 피하기 위해 확산탄 개발을 완료했다”며 “북한의 확산탄 미사일은 패트리엇의 최대 요격 고도(PAC-3 기준 20㎞)보다 더 높은 25㎞ 상공에서 자탄을 터뜨리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패트리엇으로 요격하기 힘들다”며 “한·미의 패트리엇 배치가 장기의 장군이라면 북한은 확산탄 개발로 멍군을 부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정보 당국에 따르면 확산탄은 북한의 주력 탄도미사일인 노동(사거리 300~1300㎞)과 스커드 계열(50~1000㎞)에 탑재가 가능하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4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신형 확산탄이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서 김정은이 전략군 지휘부 인사들을 향해 웃고 있는데 그의 오른쪽에 스커드미사일 탄두부가 전시됐다. 이 탄두부는 외피가 벗겨진 상태였다.

미사일 전문가인 탈 인바르 이스라엘 피셔항공우주전략연구소 우주연구센터장은 트위터를 통해 “확산탄 형식의 북한의 스커드미사일 탄두부”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2형을 발사한 뒤 조선중앙TV가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선 김정은이 ‘산포’라고 적힌 탄두부를 살펴보는 장면이 등장한다. 산포는 북한에서 확산탄을 가리키는 용어로 알려졌다. 2014년 6월 29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스커드미사일 2발을 쏜 뒤 다음 날 노동신문은 “산포 방식으로 사격했다”고 보도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북한은 고폭탄이 들어간 자탄으로 한국과 주한미군의 공군 기지 활주로에 구멍을 뚫어 사용 불능으로 만들려 한다”며 “레이더 기지나 통신 중계소의 안테나도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확산탄의 자탄은 원형이 아닌 긴 막대 형태다. 북한은 확산탄의 자탄을 넓게 흩어지도록 하지 않고 좁은 면적의 특정 목표물에 모이도록 개발했다는 게 한·미의 분석 결과다.

한·미는 또 북한이 확산탄용 화학탄 자탄도 개발한 것으로 보고 대응책을 찾고 있다. 『국방백서 2016』에 따르면 북한은 2500~5000t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군 내부에선 북한의 스커드-B/C 미사일의 30~40%가 화학탄을 장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는 북한의 확산탄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이번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에 북한의 스커드미사일을 요격하는 훈련을 중점 진행한다. 또 미군의 첨단 탐지·제독장비를 동원해 북한의 화학전에 대비하는 훈련을 포함시켰다. 아울러 주한미군은 기존 패트리엇 PAC-3보다 최대 요격 고도가 더 높은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최대 요격 고도 40㎞)를 도입했다.

한편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 한국 측 인사들과의 접촉금지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중국 등에서 북한 인사들과 접촉해 왔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돼 평양에 가지는 못했지만 중국 등에서 꾸준히 접촉해 왔다”며 “하지만 8월 초 북한 파트너가 ‘당의 결정’이라며 ‘별도의 연락을 할 때까지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언급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UFG 연습 시작과 관련 "지금 가뜩이나 긴장한 조선반도 정세는 전쟁 미치광이들의 북침 전쟁소동으로 예측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