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마음에 봄비 같은 사·자·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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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오는 봄 산하에 삶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듯 서울 강남 봉은사에선 선(禪)의 향연이 펼쳐진다. 3월 5일부터 4월 23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이 시대 선지식 8명이 사자좌에 오른다. 부제는'심검(尋劍)에서 울리는 사자후'. 활구(活拘)로 활인검(活人劍)을 벼리는 릴레이 법회다.

선지식들의 면면이 휘황하다.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대원(3월 5일). 화엄사 선등선원장 현산(12일) .월명암 선원장 일오(19일).봉은사 봉은선원장 명진(26일). 송광사 전 주지 현봉(4월 2일) .축서사 주지 무여(9일) .동화사 기본선원장 지환(16일).법인정사 선원장 설우(23일)스님이 차례로 나선다.

"화두를 참구하여 참다운 우리의 마음자리를 찾는 생활 속 선 수행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봉은사 주지 원혜 스님은 "봄비에 만물이 소생하듯 선지식들의 사자후는 귀중한 감로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재가불자 사이에서도 간화선 ('이 뭣고''무(無)'등 화두를 들고 진리를 깨치는 수행 방법)의 필요성이 널리 공감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법회의 시절인연을 강조했다.

대원 스님은 1957년 고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효봉.동산.고암.경봉.전강.향곡.성철.구산 스님 등 당대 최고의 선승 아래서 수학했다. 95년 시민선방인 오등선원을 만들어 대중들을 가르치고 있다. 60년 도천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현산 스님은 현재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96년부터 화엄사 선원에서 납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일오 스님은 65년 월인 스님 문하로 들어간 뒤 전국 각지의 선원을 돌며 선 수행에 일념정진했다.

명진 스님은 94년부터 2002년까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맡았으며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을 지내는 등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 현봉 스님은 구산 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받았다. 1995년부터 98년까지 화엄학림을 운영했다. 무여 스님은 오대산 상원사로 출가한 후 동화사.송광사.해인사 등에서 안거로 일관했다. 또 지환 스님과 설우 스님도 해인사.통도사 등에서 많은 안거를 성만한 선승이다.

이헌익 문화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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